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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향인 Aug 09. 2023

여행을 기다리며

나의 여행 _25

코로나가 퍼지기 직전인 2020년 2월, 업무차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으로 2박 3일 출장을 다녀온 후 나의 여권은 잠을 자고 있었다. 그나마도 출장이라 여행 느낌은 많지 않았지만 그렇게라도 나갔다 온 게 어디냐 할 정도로 그 뒤로는 국내에만 콕 박혀 살았다.

블라디보스톡 혁명광장의 모습


내가 그렇게 서울을 굳건히 지키는(?) 동안 엄마와 남편은 다들 한두 번씩 비행기를 타고 꽤나 멀리 나갔다 왔으며(물론 남편의 그것도 출장이기는 하다) 엄마는 크루즈 여행도 다녀오셨다. 나는 부럽기 그지없었지만 딱히 나갈만한 핑계도 없어서 그저 그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랬던 내가 스페인 여행과 함께 지중해 크루즈 여행을 하게 될 기회가 생겼다. 바로 내년으로 다가온 엄마 팔순. 그때 언니까지 삼모녀가 엄마를 함께 크루즈 여행을 하며 스페인 자유여행도 겸하기로 한 것이다.


사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여행이 실감나지 않았다. 여행은 내년 6월쯤에 갈 거라서 기간이 너무 많이 남기도 했고 그동안 하도 안나가서 해외여행에 대한 욕구 자체가 떨어진 것도 있었다.(나는 그냥 서울에 처박혀 사는 사람..이라는 인식이랄까) 그러다가 언니와 여행 일정을 상의하고 왕복 비행기표를 끊으면서 도화선에 불이 붙었다.


진짜 여행이구나! 이 생각이 온몸을 휘감았다. 그 길로 나는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서 스페인 여행 책을 주문하고, 여행 정보 앱을 깔고 온갖 여행 블로그를 뒤졌다. 그리고 거기서 얻은 어설픈 정보들을 언니에게 공유하기에 바빴다. 나는 너무 흥분해서 지금 당장 숙소를 예약하고 바르셀로나 시티 투어 버스 티켓을 끊으려는 나 자신을 뜯어말리는 데 상당한 에너지를 써야 했다.


그리고 스페인 여행보다는 더 길게 남은 일정이지만, 큰애 건명이 입시가 끝날 쯤에는 민근이까지 데리고 독일과 체코 여행을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요즘 틈나면 스페인 여행 정보를 찾아보고, 그러다 좀 지겨워지면 독일 여행 정보를 찾아보며 홀로 행복 회로를 돌리는 데에 열심이다.


스페인 여행까지는 300일이 남았고, 독일 여행은 2년여가 남았다. 하지만 여행은 준비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라지 않는가.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이미 나는 유럽 여행중인 것이다. 내가 요즘 마음이 들뜨고 즐거운 이유는 바로 지금, 여행객이라서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니 익숙한 서울의 거리도 여행을 온 듯 아름답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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