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워크맨을 정말 재밌게 보고 있다. 한번 시작해서 그동안 에피소드를 정주행하고, 이젠 새로운 컨텐츠가 올라오는 시간을 기다린다. 대부분의 선을 넘는 컨셉의 개그와 드립을 보여주지만 또 어떤 부분에서는 그가 마냥 장난스럽기만 한 캐릭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장면들도 종종 보여주기도 한다.
박정민 배우의 <쓸만한 인간>이나, 하정우의 <걷는 사람>과 같이 글을 잘 쓰는 연예인들의 에세이는 읽기가 굉장히 편하고 쉽다. 장성규의 <내 인생이다 임마>도 마찬가지로 편하고 재밌게 읽었다. 그리고 나와는 전혀 다른세계의 사람이라고 생각하던 사람의 이야기에서 여러가지로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점을 공감하게 되는 과정은 상당히 재밌고 위로가 되기도 한다.
자존감이 낮고 소심한 남자의 아나운서 도전기
이 책은 학생시절 삼수를 하고, 이래저래 실패를 겪어온 그가 아나운서에 도전하고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과정과 생각들을 풀어놓은 책이다. 방송에서 보여지는 그의 모습은 소심과는 거리가 멀지만 프롤로그부터 본인이 굉장히 소심한 사람이라는 걸 밝히고 시작한다.
어떤 자리에 가면 긴장되고 떨려서 힘들지만 태연한척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중요한 자리에 가기 전에는 거의 반사적으로 말이 나오게끔 수도 없이 연습을 한다. 그가 관심받는 것를 좋아하고 말을 잘하는 데에 재주가 있는 것은 맞지만, 지금 자리에 오기까지 단순 재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도 알 수 있다.
국가대표급 소심쟁이답게 매 순간 대범해지려고 노력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원고를 쓸 때도 머릿속에서 시시각각 온갖 갈등이 벌어졌다. ‘내가 책을 쓸 자격이 있나? 사람들이 네가 뭔데 책을 쓰냐고 하지는 않을까?’ ‘이 정도 에피소드는 공개해도 될까…….
그 와중에 나는 언제 어느 상황에서든 여유를 잃지 않을 것 같은 이미지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런 건 불가능한 일이란 걸 사람들은 자주 잊어버리는 것 같다. 그런 사람은 없다. 그 근처에라도 가기 위해선 무수한 연습을 해야 한다. 나도 미션을 수행하는 데 큰 부담을 느꼈다. 대놓고 드러낼 수도 없는 부담감이 점점 가슴을 짓눌렀다. 누군가가 돋보이면 반대로 자신이 밀려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많았다.
이제는 ‘내 주제에 무슨 아나운서’
이런 인생에 도움도 안 되는 주제 파악 따위는 안 하기로 했으니까.
물론 나는 그가 기본적으로 어느정도는 타고난 재주와 머리를 가졌다고 생각한다. 사람에겐 타고난 것도 중요하니까. 하지만 결과적으로 큰 차이를 만든 것은 결국 마인드를 바꾼 것, 그리고 이를 위해 내가 행동했느냐의 차이였다.
나도 한 때 어딘가 동경하던 저 세계든 남의 것이라고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염세적으로 생각하면 그게 현실일 수도 있지만, 정말 터무니없는 꿈이 아닌 이상 그래도 요즘은 혹시 모르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내 에너지가 되는 선에서 느리지만 쌓아가다보면 그래도 조금은 더 나아지거나, 생각했던 일을 하고 살 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