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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낮잠 Apr 15. 2020

마시지 않고도 취한 척 살아가는 법: 재밌는 인생

단맛과 쓴맛을 오가는 인생

날씨가 좋았던 일주일 중간의 휴일. 미리 사전투표를 했기 때문에, 오전엔 방청소도 하고 잠시 쉬다가 오후에 동네 책방에 다녀왔다.동네에 이런 조용하고 깔끔한 동네서점이 있었다니, 앞으로 자주 방문하게 될 것 같다. 아이스 카페라떼를 주문하고 책 한권을 금새 다 읽고 왔다.

제목에 이끌려 + PAPER 잡지에 대한 반가움으로 고른 책은 <마시지 않고도 취한 척 살아가는 법>이다.

김원 작가님의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나에 대입해서도 생각해봤는데 즐겁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니, 사는게 마냥 피곤하지만은 않은가보다.

슬픈 것도 싫고, 힘든 것도 싫고 가끔은 지긋지긋하다고 느껴질 때도 있지만, 또 이 책의 어떤 이야기들처럼 짧지만 눈물날 것처럼 행복하다고 느낄 때도 있으니 말이다.


그럼 당신은 죽을 때까지 평안하게 사시라. 나는 단맛과 쓴맛을 오가며 술과 장미로 가득한 가시밭길을 걷는 삶을 택할 터이니...






이 책의 문장들


후배 중에는 여행지에서 '모닝 맥주'를 마실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친구가 있다. 그는 이미 오래전에 1년 동안 세계 일주를 한 이력을 갖고 있기도 하다. 새로운 여행지에 도착해 그 다음날 아침, 특별히 할 일을 정하지 않은 오전에 냉장고에서 차가운 캔맥주 하나를 꺼내어 들고 눈부신 아침 햇살을 바라보며 꼴깍꼴깍 쌉쌀한 맥주를 삼키는 기분. 그 여유로운 시간에 만끽하는 자유의 느낌. 나는 그 느낌에 공감한다. 실로 행복이 온 가슴에 차오르는 그 순간만큼은 만수르도 부럽지 않고, 그 누구도, 그 무엇도 부럽지 않다.
외롭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가장 좋은 방법의 하나는 내가 무엇을 할 때 가장 즐거운가를 곰곰이 잘 생각해보는거다.... 옥상에 올라가서 물끄러미 하늘을 바라볼 때가 즐겁다. 20분이든 30분이든 그 시간에 나를 온전히 파묻는 게 그렇게 흐뭇하고 기분좋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 더욹 좋다. 시원한 맥주 한 캔까지 함께라면 금상첨화. 아름다운 비단 위에 꽃수를 놓은 것처럼 몽롱한 기분이 되기 때문이다. 구름이 유난히 예쁜 날이나 황홀한 노을이 지는 날이면 눈물이 날 정도로 좋다.
오전에 행복한 느낌을 받았는데, 그 행복이 그날 오후에까지 이어지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는가?
.. 세상은 우리가 잠시라도 행복한 상태에 머물지 못하도록 늘 훼방하고 참견한다.
생각해보라.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한다면 진짜 피곤할 것이다.
밥을 먹을 때는 밥에, 공부할 때는 공부에, 연애할 때는 연애에, 무엇이든 어떤 일을 하든 자신이 하는 일에 모든 정성을 쏟아 최선을 다하는 인간. 그런 일상을 매일 유지한다는 것은 정말로 피곤한 삶이다.
나이를 먹으니 한 가지 좋은 점이 생겼다. 그건 바로 나 자신이 그다지 대단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젊은 시절의 나는 피카소만큼 유명한 화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던 야망에 불타는 청년이었다. 하지만 이제 와 되돌아보면 오직 야망만 그득했을 뿐 그 야망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은 부족했다. 아니, 부족했다기보다는 전혀 노력하지 않았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역시 세상엔 꽁짜가 없는 법이다. 내가 노력을 쏟아 부은 만큼만 나무도 자신의 아름다움을 드러내 보인다. 그러니 노력을 안할 수 가 없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그만큼 더 아름다운 모습이 나타나니까.
모든 오늘은 어제가 된다. 하루의 유통리한은 24시간이므로, 오늘이 지나고 나면 내가 보낸 오늘은 하루 만에 과거가 된다... 매일매일 그렇게 오늘을 산다. 내일이 되어 뒤돌아본 오늘이 행복하게 느껴질 수 있도록, 마치 어제를 살듯이 오늘을 산다.


나는 낮시간에 들어오는 햇빛을 받으면서 집에 있을 떼, 햇빛에 미치는 식물들 그림자를 볼 때 행복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내 입맛대로 꾸며진 집에서 진짜 휴식하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좋은 음악을 발견했을 때, 맛있는 카페라떼를 먹으면서 산책을 할 때, 출근길에 얼마전까지 봉우리졌던 꽃이 활짝 핀 것을 볼 때.. 등등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은 특별하지 않은 일반적인 순간들이다. 이 책의 말대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은 굉장히 짧다. 잠깐의 행복 뒤에는 지옥철이 기다리고 있고, 업무 스트레스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래도 맛있는 저녁 또는 일 끝나고 먹는 맥주 등! 나에겐 또 짧지만 좋은 시간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그런 재미들로 오늘을 보낸다.




하루하루를 버티며 사는 이들을 위한 ‘백발두령’의 한마디‘마음대로 살아도 인생은 망하지 않아!’

하루 일과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여느 때처럼 평범한 하루를 보낸 것 같지만 마음은 공허하고 어딘지 모르게 울적하다.

불현듯 ‘술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끝까지 차오른다. 정신을 차려보니 손에는 네 캔에 만 원 하는 편의점 맥주와 온갖 안주거리가 들려 있다.

현재를 사는 사람들은 버거운 일상에 몸도 마음도 무너지기 쉽다. 그렇다면 차가운 현실이 나를 잠식하기 전에 조금은 몽롱한 기분으로 내 삶을 한 발자국 떨어져서 보면 어떨까? 잡지 [PAPER]의 전 발행인이자 ‘백발두령’으로 잘 알려진 김원 작가는 평생을 취한 듯 달뜬 기분으로 살았다.

한 가정의 가장이면서 한 회사를 책임지는 대표였지만 그 무게가 자신을 짓누르지 않도록 늘 조심했다.

그가 쓴 『마시지 않고도 취한 척 살아가는 법』은 세상의 속도에 휩쓸리지 않고 슬렁슬렁 살아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작가가 전하는 인생 꼼수 에세이다. 유유자적하는 마음으로 살아온 저자가 책 속에서 전하는 위로와 격려는 젊은 세대에게 한 그릇의 따뜻한 ‘마법 수프’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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