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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낮잠 May 01. 2020

[독립영화 추천] 영화 거인 (2014)

김태용 감독, 최우식 배우의 명작 

[독립영화 추천] 영화 거인 (2014, Set Me Free)

2014년작 김태용 감독, 최우식 배우의 독립영화 거인. 최연소 감독 칸 영화제 초청작품이자, 최우식 배우의 연기력을 제대로 인정받기 시작한 작품이기도 하다. 최우식 배우의 연기가 너무나도 좋아서, 내가 옆에서 그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는 기분이 들 정도로 숨이 막히는 영화였다. 

주인공의 내면에 집중해서 보면 좋을 영화이고, 최우식 배우를 좋아한다면 더더욱 추천할만한 영화이다. 


구역질 나는 집을 나와 보호시설인 그룹홈에서 자란 열일곱 ‘영재’. 시설을 나가야 할 나이가 되었지만, 무책임한 아버지 집으로는 결코 돌아가고 싶지 않아 초조하다. 선량을 베푸는 사람들에게는 얼마든지 무릎을 꿇어주며 신부가 될 모범생처럼 살갑게 굴지만, 남몰래 후원물품을 훔쳐 팔기도 하고, 거짓말로 친구를 배신하며 하루하루 버틴다. 

눈칫밥 먹으며 살기 바쁜 어느 날, ‘영재’에게 아버지가 찾아온다. 자신에게 동생마저 떠맡기려는 아버지로 인해 ‘영재’는 참을 수 없는 절망과 분노로 폭발하게 되는데… “…무능한 아버지를 죽여주시고, 못난 어머니를 벌해주시고, 이런 나를 품어주세요” 절망을 먹고 거인처럼 자란 ‘영재’가 전하는 차마 버릴 수 없는 가족, 몹시 아팠던 청춘의 이야기 <거인>
- 거인 시놉시스 


거인, 절망을 먹고 자라는 아이.

무책임한 부모가 증오할만큼 싫어서 요양시설에 와서 생활하고 있는 영재. 

시설에서 나와야 할 나이가 되면서, 원장 부부의 눈칫밥을 먹고 지내고 어떻게든 돌아가고 싶지 않은 마음에 이쁨을 받으려고 온갖 노력을 다한다. 

이와중에 뻔뻔하고 무책임한 부모는 동생마저 떠맡기려고 하는데, 자신 하나 살기 바쁜 영재에게는 이 모든 상황이 버겁기만 하다. 

사실 영재는 시설의 물건을 훔쳐서 파는 등 해서는 안될 행동을 하고, 요양시설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기적인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음에도, 영화 속 이야기가 가슴이 아파서 비난보다는 감싸주고 싶은 마음을 더 들게 만든다. 영재의 불안한 눈빛과 동시에 버거움과 서러움이 담긴 표정이 너무 속상했다. 

차라리 제발 죽여달라는 영재의 말에서 무거운 삶의 무게가 느껴졌고,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어른들의 행동이 혐오스러웠다. 


영재는 왜 저렇게 안간힘을 쓰면서까지 버티려고 할까. 
무책임한 부모에 대한 복수심일 수도 있고, 가여운 동생에 대한 책임감일 수도 있다. 
부모를 증오하면서도 가족이 완전히 무너지는 것에 대한 공포도 있다. 이제껏 수많은 작품을 하면서 이렇게까지 큰 무게를 감당한 적이 있나 싶다. 한번은 <거인> 촬영 도중 잡지 촬영을 한 적이 있다. 늘 하던 것처럼 ‘프레피 룩’을 입고 까불까불 귀엽게, 사진작가님이 ‘웃어주세요~’ 그러시는데 정말 죄송하게도 그게 잘 안 되는 거다. 머릿속으로 계속 영재 생각만 하던 때였다. 
장편의 호흡이 이런 거구나, 뭔가에 몰입한다는 게 이런 거구나, 깊이 느꼈다. 
맨 처음 <눈물>이었던 시나리오가 <거인>으로 바뀔 때, 당시 한창 유행하던 <진격의 거인> 아류인가 하고 생각했었는데(웃음) 어느새 영재는 평생 잊지 못할 캐릭터가 됐다.”
- 최우식 배우 인터뷰 중


이 영화는 김태용 감독님의 경험을 다룬 자전적 영화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 영화를 찍으면서 감독님은 어린시절의 아픈 기억들이 생각나서 많이 힘들어하시기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태어난 환경은 내가 선택을 할 수 없기에 남들과는 다른 출발선상에서 어렵게 살아가야 하지만, 그래도 조금 더 숨을 쉴 수 있는 삶이 올 때까지 너무 절망적으로만 가지 않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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