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꿈은 아직도 어른이 되는걸까
[책추천/에세이] 어른의 일 출근, 독립, 취향 그리고 연애
가볍게 읽기 좋은 에세이 <어른의 일> 은 '이렇게 어른이 되는 것인가'에 대해 깨달았던 시간들의 이야기를 에피소드 형식으로 담고 있는 책이다.
어쨌든 자연스럽게 어른이 되긴 됐고 보통의 어른들이 하는 사이클대로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도 하고 결혼도 해서 독립도 하고, 어떻게 하면 더 잘살아볼까 미래 걱정도 하면서, 이 나이대가 하는 일반적인 고민들을 하면서 산다.
여전히 나는 어른같진 않은데, 어쨌든 어른의 일같은 무언가를 해야하니 어렵고 회피하고 싶은건 나이를 한살 더 먹어도 똑같다.
그냥 오늘도 대충살기와 열심히 살기 중간에 서서 어정쩡하게 사는중...
[책 속의 문장들]
언제나 이보다 더 열심히 할 수 없는 지점이 궁금했다.
늘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안 한' 지점에서 겨우겨우 일을 마쳤다. 중고등학교 시험에서도 그랬고, 대학교의 과제에서도 그랬고, 내가 참여했던 동아리나 회사의 프로젝트에서도 역시 그랬다. 취업준비나 어학연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망친 적은 없었지만 역작 역시 나온 적 없는 어중간한 상태로 평생을 살았다.
나를 가로막은 건, 전공도 취업난도 영어도 계층 이동이 점점 어려워지는 사회구조도 아니었다. 한 번도 온 힘 다해 노력하거나 끈기 있게 밀어붙이지 않은 나 자신이었다. 도전하지 않았으므로 실패할 수 없었고, 노력하지 않았으므로 좌절할수 없었다.
이제 어떡할까? 앞으로도 내가 바뀔 거 같지 않아 짜증이 난다. 나와 잘난 그들 사이에 벽을 세우고 도무지 넘어갈 수 없다면서 포기할 것 같아 두렵다. 그러면서도 무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고, 열심히 살기는 여전히 귀찮고, 성공만하고 싶다. 이런 나를 어쩌면 좋을까?
누구나 언제든 원할 때 퇴사하고 마음먹으면 곧장 출근할 수 있는 세상이라면, 퇴사가 부러움의 대상이 되거나 트렌드가되지도 않을 것이다. 퇴사하는 사람은 영웅이고 출근하는 사람은 겁쟁이가 되거나, 반대로 출근하는 사람은 승리자고 퇴사하는 사람은 낙오자 취급을 받을 필요도 없다.
떠날 때만큼 남을 때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내게 출근을 허락한 이 회사는 내가 고른 회사라는 걸 가끔 잊는다. 매일 이 회사에 남는 걸 선택한다는 사실은 더 자주 잊는다. 역시 나는 퇴사보다는 퇴근이 훨씬 좋다.
열 가지 넘는 대출서류를 챙기며, 한 번도 쓸 수 있는 돈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었던 금액이 오가는 계약서에 덜컥 사인을 하면서도 내년이 아니라 올해, 40대가 아니라 30대에 결단 내린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제야 제대로 어른이 된 기분에 휩싸였다. 겪어본 적도 생각할 필요도 없었던 영역이라면 이건 과연 ‘어른의 일’이군.
지난 글들을 책으로 엮으면서 내가 성장했음을 확인하게 되어 뿌듯했다. 몇 년간 여기저기 써놓았던 글들을 다시 읽어보니 ‘그사이에 내가 많이 자랐구나.’ 싶었다. 오늘이라면 마음이 아프지도, 화가 나지도 않았을 일로 고민하며 글을 쓴 어제의 내가 귀여웠다. 나이를 헛먹지 않았음에 안도했다. 한편 그 시간이 지나면 더 이상 쓸 수 없는 글이 있음을 깨달았다. 다음이 아닌 지금 기록해야할 이유를 다시 한 번 배웠다.안 해보면 영원히 모르지만 해보면 금세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잘하고 싶은 마음’보다 더 강력한 건 ‘그냥 하는 마음’, ‘계속하는 마음’, ‘끝까지 하는 마음’ 이다. 최고를 찍고 그만두는게 아니라 좋은 상태를 유지한 채 쭉 가는 것. 그렇게 가는 길이 나를 만들 것이다. 이 책이 내 손에 쥐어지고 나면 괴로웠던 나보다 끝을 본 나를 기억할 것이다. 앞으로도 그냥 하는 마음이 나를 계속하게 할 것이다.
[어른의 일 책소개]
당신은 지금, 어른의 일을 하고 있나요?
전국 동네 서점과 인스타에서 입소문으로 난리가 난 책!
*어른의 사전적 정의: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
“돌이켜 보면 참 굴곡 없는 인생이었다.” 작가는 책을 시작하며 이렇게 말한다. 커다란 성공도 그렇다고 나락에 빠질 정도의 심각한 실패도 없이 ‘초중고대-취업연애결혼’이라는 공식이 내재화된 채 정신없이 살아왔을 뿐인데 어느덧 장성한 나이가 되었다고. 하지만 신체적 나이와 무관하게 ‘내가 정말 어른인가?’에 대한 물음에는 어쩐지 대답하기가 망설여진다. 이 책은 우리가 온전한 ‘어른’으로 살아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말해준다. 나를 먹여 살리는 일(출근), 내 살림을 챙기는 일(독립), 나를 나답게 만드는 일(취향) 그리고 나를 반짝반짝하게 만드는 일(연애)이 그것이다.
어른이 되고 스스로에게 요구되는 일들이 많아지면서 다양한 에피소드가 생겨났고 그때마다 쓴 글들을 모아놓으니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다고 말하는 작가는 이 책이 정답을 말해주는 책은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당신의 어른의 일은 무엇인가요?”를 질문하는 책이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주제에 마음을 할퀴어놓는 숱한 ‘어른의 일’의 힌트가 되어도 좋겠다.
오늘도 울퉁불퉁한 길을 걷고 있을 현대인들을 응원하며 이 책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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