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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평화 Oct 11. 2017

사람이 사람을 사람하다. 열여드레

모순을 사람하다

"밤에 공부하는 스타일이라 아침 출석체크는 못하겠습니다."

"아기가 밤에 울어서 못했습니다."

"성적 안 좋은 학생만 하는 거 아닌가요?"

  아침 9시 학교도서관 출석표에 체크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전화로 이유를 물었을 때 학생들의 대답 중 일부이다. 중요한 시험을 준비 중인 졸업반 학생들의 출퇴석 시각을 도서관 입구 벽면 게시판에 스스로 기입하도록 했지만 삼분의 일이 빈칸으로 남아있었다. 출석상황이 좋지 않으면 유급시키고 결과적으로 국가시험을 치를 자격을 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부드러운 말로 포장해서 들려주었고, 기어이 내일 출석체크를 하겠다는 답을 듣고서는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서른 살이 훌쩍 넘는 대학원 졸업반 학생들이 모의고사 성적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학습량을 감시받는 상황에 대해 반항하고 제압되는 장면이었다.


 

  90년대 초반 고등학교 정규 수업 시간이 끝나고 야간 자율학습을 10시까지 해야 했었다. 땡땡이에는 선생님들이 원산폭격과 엉덩이 매타작으로 예외 없는 응징을 했었다. 학생과 학부모는 그런 과정을 당연하게 생각했었고 심지어  고마워해야 한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당시의 선생님들은 사랑의 매를 맞고 좋은 대학에 간 선배들이 설날이나 추석에 꼭 찾아온다는 자랑도 곁들여 가며 열심히 공부하라고 했다. 대입시험이 가까울수록 뭔가 다른 지적 활동에 끌렸었다. 두뇌가 활성화되었는지 정석이나 성문보다 칸트나 킨제이 보고서를 곱씹고 향락하였다. 야자시간에 몇 번 걸렸지만 다행히 매번 너그러운 당번 선생님을 만나 큰 혼이 나지는 않았었다. 그 시절 자주 선생님의 사랑을 엉덩이로 느꼈던 훈이 정이 석이 같은 잘 나가는 동창에게 명절 추억 삼아 화제로 삼은적이 있었는데 대부분 선생님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했었다. 만약 그때의 야자가 진정한 '자율'학습이었다면 지금의 내가 있었을까? 자율이든 타율이든 어차피 지금의 나는 이미 이렇게 되기로 결정되어 있었던 걸까?


"아무래도 내일부터  수학학원에 월, 수, 금 보내야겠어요!!"

다달이 치는 수학 단원평가에서 58점을 받아온 초등학교 3학년 아이의 시험지에 사인을 하면서 아내가 말한다.

 학생이었고 선생이며 학부모인 나는 사람사이 돌고도는 모순 속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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