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사람하다.
문을 나서고 몇 발자국에 눈깨비가 흩날린다. 금새라도 이 찌뿌둥한 미세먼지를 가라 앉힐 것 같더니 열 걸음도 안 가서 얼굴에 찝찝한 물기만 남기고 그친다.
"참 착한 애가 어쩌다가.."
그의 어머니를 꼭 끌어안고 눈물짓던 희끗한 머리의 여인들이 뒷자리에서 육개장을 먹으며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애들은 안보이던데, 어찌될는지.."
"참 창창할 때인데......"
아직 낮이라 많이 비어있는 상들 한가운데 한 상을 먹고 있었지만, 밥상너머에서 금방이라도 반 테 안경 하얀 얼굴에 깔끔한 표정으로
'어.. 이제 갈게요. 일이 있어서..'
특유의 중 저음 목소리를 들은 것 같았는데, 낯선 소리가 들리자 이 밥상에 혼자 있었다는 것이 실감났다.
'그래요 그럼 다음에 봐요. .'
속으로만 중얼거리고 일어났다.
다시 그답게 웃고 있었다. 신을 신고 일어서서 나오며 스치듯 본 그의 모습엔 파란 수술복 슬리퍼 차림으로 복도를 지나다 우연히 마주 쳤을 때의 가벼운 그 눈인사가 걸려 있었다.
처음에 그의 사진 앞에서 두 번 절할 때, 그의 눈은 하루 새 폭삭 늙어버린 그의 아내를 보고 있었다. 그의 남은 사람들과 맞절을 할 때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말한 마디 건네지 못한 것도, 내 작은 슬픔표현이 혹시라도 가기 무거운 그의 발목을 조금이라도 잡을까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집으로 오는 기차에서 내리니 미세먼지는 보이지 않고, 얼굴의 물기도 마른 것 같다. ...... 나는 왔고, 그는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