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배경화면을 바꿨다.
예전에 날씨 화면 캡처를 우클릭 실수로 배경화면으로 설정하고,
귀찮아서 바꾸지 않고 계속 그 상태로 살고 있었는데
이제 올해도 지났겠다, 퇴사도 했겠다 왠지 다 바꿔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지워버렸다.
구글에 노트북 배경화면을 검색했다.
아름다운 자연환경, 귀여운 캐릭터, 강렬한 문구..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다.
모든 화면들이 과해 보이고 정신없었다.
조금 고민하다가, 그냥 아무것도 없는 흰색 화면으로 설정해 버렸다.
예전 같았으면 배경화면조차도
내 공간을 꾸민다고 생각해서, 나를 나타낸다고 생각해서 정성껏 골랐을 텐데
나이가 들었는지 아니면 마음이 지쳤는지 모든 그림과 무늬가 거추장스럽게 다가온다.
아주 심플한 동그라미, 네모 같은 모형조차도 눈에 거슬린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예전엔 온갖 효과가 들어간 쿵쿵대는 음악,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가사가 많은 음악을 좋아했다면
지금은 최대한 사람 목소리가 안 들어간 음악.
최대한 악기가 적게 들어간 음악 같은 걸 찾게 된다.
그마저도 듣기 싫어서 그냥 노이즈 캔슬링을 켠 채로 헤드폰만 끼고 있을 때가 많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어떤 뭔가를 보고 반응해야 하는 게 귀찮은 것 같다.
세상엔 내가 반응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예의상 반응하는 것들도 있고,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것들도 있다.
사람과 정보 사이에 부대껴서 살다 보면 어쩔 수 없다.
내 의지와는 다르게 얼굴 아프게 웃고 있기도 하고, 의도하지 않아도 실없는 소리를 내뱉기도 한다.
그래서 어쩌면 내 공간에서만큼은 최대한 덜 설정하게 되는 것 같다.
동그라미를 보고 무의식적으로, 동그라미네.. 라고 반응하고 싶지 않아서.
네모를 보고 네모구나~ 라고 반응하고 싶지 않다.
기계처럼 판단하고, 출력하고 싶지 않다.
복잡하고 엉켜있는 멋들어진 공간 속에 있는 것보다, 차라리 공백 속에 있는 게 낫다.
아름답고 다정한 언어보다 침묵이 낫고,
그림과 색채보다 안갯속 허공이 낫다.
2026년 1월의 글 치고 텅 비어있는 것 같지만, 그게 내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