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보낸 문자 내역을 읽는다.
"미안해. 나 아직도 여기서 널 기다리고 있어. 다시 볼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뭔가를 채우려는 듯이 문장을 눈에 담는다. 반 년이 지난 문자인데도 닳지 않는다. 기다리지 말라고, 잘 살라고 행복하라고 텅 빈 축복들을 빌어주고 뒤돌아섰지만 어째서 나는 오늘이 되도록 그 문장을 읽고 있나. 어째서 그 문장은 여지껏 나를 사로잡아 괴롭히는가.
그러나 감히 확신한다. 우리의 끝은 거기까지가 맞았고, 그 이상은 없었을 거라는 걸. 끝끝내 불균형했고, 서로를 몰이해하고 외면했다는 걸.
결정적으로 우리는 그 문제를 언어로, 대화로 풀어낼 수 있을 만큼 성숙하지 않았다.
서로를 묶었던 공통된 결핍은 이제 맞지 않는 퍼즐처럼 모양이 제각각이 되었고, 우리가 틀어진 그 순간부터 그는 그의 방식대로 나는 나의 방식대로 가지를 친다. 내가 극복한 결핍에 그가 서 있고, 그가 극복한 결핍에 내가 서 있다.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확장하고 성장하는 걸 막을 수 없다. 결국 한 쪽이 성장하면 관계는 어긋난다. 이제 더는 서로를 공감하고 헤아릴 수 없다는 걸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다. 단지 언젠가의 시절을 그리워하는 수 밖에 없다는 것도.
그가 여전히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그곳이 어디인지 묻고 싶다. 그가 나에게 말을 건네는 그 자리가 내가 알던 그 자리인지 묻고 싶다. 다시 되돌아간다고 해도 우리는 서로 알고 있는 길이 달라 엇갈릴 것이다.
만약 우리가 언젠가 만나게 된다면 아주 우연한 방식으로, 아주 새로운 미래의 도착지에서 만나게 되겠지. 지나쳐온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