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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보 Feb 02. 2021

북리뷰29. 밤은책이다

그냥 당신이 읽고 싶은 책과

읽어서 즐거운 책이 있을 뿐이지요

#밤은책이다 #이동진 #위즈덤

이동진. 

저자를 알게 된 것은 영화를 소개해주는 프로그램에서다. 

나는 명확하게 영화의 핵심을 집어주는 저자의 영화소개를 좋아했었다.

그가 쓴 이 책은 먼저 전자책으로 읽었지만

역시 나는 인쇄책 쪽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이동진 저자의 유일한 취미는 책 쇼핑이라고 한다. 

다 읽지는 못할 것을 알면서도 책을 살 때는 망설이지 않는 그.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서점에 가면 정신차리지 못하고 수북히 책을 담아오는 모습이다. 


새벽 3시에 책을 펼쳐 

그 고요한 시간에 과연 어떤 책을 읽었을까. 
그가 해주는 책 소개도 영화를 소개해주던 어투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조용하면서도 냉철하고 완벽할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따뜻함이 책을 소개해주는 문장 속에 나타났다.





이제껏 꽤 많은 책을 읽어왔지만, 

빨리 습득하기는커녕, 
몇 달이 지나면 대강의 내용조차 기억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책읽기가 허무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지식의 흔적과 그것을 받아들여나가던 지향성 같은 것은 
여전히 어딘가에 남고 또 쌓여서 
결국 일종의 지혜가 된다고 믿으니까요.





나에게도 책 읽기가 그랬다. 

처음에는 읽는 즐거움에 손에 잡히는 대로 읽었지만

어느 순간, 읽었던 책 내용조차도 기억에 남지 않았다. 

남들은 책 내용을 인용하면서 잘도 기억하는데

 나는 읽었던 책의 어느 구절이 마음에 남았는지도 떠올리기 힘들다니.

그런 나를 보고있자니 한심하기도 했고 허무하기도 했다. 

그 때부터인 것 같다.

책을 읽고 난 후 기록하고 남겼던 것이.

조금씩 책의 의미가 달라졌고

마음에 남았던 문장들이 생각났으며

 다시 책을 들춰보면서 또 다른 감정도 솟아났다.






순간순간의 과정을 즐기지 못한다면 

설혹 그 결과가 끝내 내게 다가온다고 해도, 

그 찰나의 지점이 뭐 그리 가치 있겠습니까. 

삶에서 변화란 원래 그렇게 

아주 작은 것을 바꾸는 것으로부터 찾아오는 게 아닐까요.



오늘이 비록 먼 여정 위의 작은 점 하나 같은 짧은 시간이라고 할지라도, 

그 하루만의 행복과 보람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까요. 

미래는 찾아오지 않을 수도 있고, 

목표라는 것은 변할 수도 있으며, 

결국 하루하루가 없는 삶 전체란 

존재할 수도 없는 것이니까요. 

오늘 당신의 하루는 어땠습니까.



어쩌면 행복은 확고한 의지로 추구해서 도달할 수 있는 목표가 

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성실하게 시간 속을 걸어가는 자에게 

뜻하지 않게 주어지는 일상의 보너스 같은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행복을 앞에 두고서 일직선으로 내내 좇아 치달리다 보면, 

어느새 행복이라는 관념 자체에 쫓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고 할까요.





마지막으로 저자가 한 이 말이 생각난다.

책은 한 사람의 생각이 다른 사람의 생각과 가장 내밀하게 이어지는 통로이겠지요

책을 읽다가 문득문득 고개를 들어 허공을 볼 때 젖어 드는 생각에 

오늘도 책을 손에 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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