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캘리그라피
#나를비추는달빛에운율을더하다 #작가박지윤
짧지만 마음이 잠시 기댈 곳을 주는 것이 시가 아닐까.
시를 읽을 때는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시의 언어가 짧아서 금새 손에서 빠져나갈 것 같지만 시를 읽는 일은 언제나 나를 설레게 한다.
5명의 시인이 각 각 자신만의 색깔로 언어를 표현했다. <친애하는 이름에게>, <이런, 걸음마다 낙엽이>, <살아있는 것들에 그리움을 얹다>, <웃는 모습이 예쁜 그대에게>, <우울 한 스푼 나눠보실래요?> . 이들의 얼굴이 제목들을 보면서 떠올랐다. 평범한 일상을 사는 우리에게 지나다니면서 무심코 지나치는 나무, 꽃, 하늘, 매일의 날씨를 그들만의 언어로 위로를 건네 주었다. 따스하기도 하고 때로는 가슴 아프게 울리는 단어 하나하나가 책을 덮었지만 자꾸만 책 장을 들추게 한다.
그대만 괜찮다면/곁에서 손 잡아줄게요
그대만 괜찮다면/곁에서 꼭 안아줄게요
그렇게 곁에서/가만히 귀 기울여줄게요. -황주희-
인형처럼 이 시를 곁에 두고 싶다. 나의 마음을 안아주고 들어줄 수 있는 시. 누군가에게 속 시원하게 마음을 드러낼 수 없는 현실. 가족에게조차 하지 못하는 말을 터놓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래도 누군가가 귀 기울여준다는 말에 위안을 삼아본다.
부끄러운 내 얼굴에도 꽃이 필까
봄에게서 답장이 오길 기다렸다. -이화아-
따스한 바람에 봄이 오고 있구나를 느낀다. 하지만 성큼왔다 싶어 한 걸음 다가서면 두 서걸음 냉큼 물러나는 변덕쟁이 봄. 봄에 태어난 나는 봄내음을 항상 느끼지만 변덕을 부리는 날씨에 금새 기다리다 지친다. 이 시집에서 유난히도 눈에 띄는 시들은 ‘봄’을 주제로 쓴 시다. 내 마음에 이미 봄으로 가득해서일까.
마음을 만지작거리는 날이 있었다
눈치없는 꿈인 걸까
괜찮은 욕심일까. -박지윤-
마음을 만지작 거린다는 표현에 눈이 떨어지지 않았다. 수줍고 부끄러워 엄마 앞에서 쭈뼛거리는 자그마한 아이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갖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것이 있지만 남의 눈치 보느라 욕심내기 미안한 눈망울. 너그러이 감싸주고 괜찮으니 네 마음대로 실컷해라라는 말로 커다란 눈망울에 환한 웃음을 얹어 주었다. 눈치 보지 말고 욕심 실컷내도 괜찮아!
우리의 오늘이/가장 아름답다는 걸
항상 내일이/되어 서야 눈치를 챈다. -권기연-
항상 과거를 돌아보면 아쉬운 점이 남는다.
오늘을 하염없이 보냈어도 내일이 되면 후회한다. 언제쯤 괜찮은 오늘 앞에 설 날이 올까.
그대에게 말 한마디 건네는 것이
이렇게 망설일 일이었습니까
내 자신을 안아주는 것이
내 자신을 손 잡아주는 것이
내 자신을 응원해주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이었습니까. -이서연-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일은 바로 ‘나’ 자신인 것 같다.
스스로를 다독여줄 법 하지만 더 해야한다고 주저앉아 있으면 안된다고. 오늘은 이만큼 했으니 응원을 건네보고 싶다. 잘했어! 수고했어!
봄은 오고있지만 매우 더디게 한 발짝씩 걸음마를 하고 있는 것 같다. 한 번에 쓸쓸한 가슴에 불을 지필 수는 없지만 시는 오랜 여운으로 당신 마음 깊숙한 곳에서 위로의 말을 가끔 건넬 것이다.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북적거리는 소음 속에서 나를 고요히 발견하고 위로 받을 수 있는 책을 찾는다면 시집한 권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