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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32. 우리가사랑한내일들

by 늘보

내가 나대로 사는 것에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 됐어요

#우리가사랑한내일들 #유선애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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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여러 사람의 삶을 살피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텔레비전을 좋아하는데 남편이 질색하는 드라마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유퀴즈 온 더 블럭’ 등을 즐겨본다. 내가 만날 수 없는 사람, 살아볼 수 없는 인생을 대신 듣고, 보는 것이 즐거운 것 같다. 그래서 나와는 다른 일상들에서 새롭게 알게 되는 기쁨, 배움, 놀라움을 계속해서 알아가고 싶다. 이 책도 ‘인터뷰’라는 단어에 이끌려 고르게 되었다.


수많은 세대가 살아온 현재. 하지만 90년대 생은 앞 세대와 무엇이 틀린 걸까.

이들은 누구를 위해 나를 맞춰가는 것보다 나의 모습으로 살아남는 것을 중요시 여긴다.

90년대생 10명과의 인터뷰 내용이 새롭고도 익숙하게 다가 왔다.


우리에게 알려진 사람들이 항상 즐겁고 행복한 것은 아니다. 삶의 곡선은 누구에게나 있기 마련이다. 다만, 넘어졌을 때 회복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가와 없는가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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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슬아가 선배 언니의 결혼식에서 낭독한 축사가 가장 눈에 들어왔다. 나도 이런 축사를 들었으면 상대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사랑을 하는 동안에는 나쁜 일이 자신을 온통 뒤덮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나쁜 일이 나쁜 일로 끝나지 않도록 애썼다.

우리가 모든 것으로부터 배우고 어떤 일에서든 고마운 점을 찾아내는 이들임을 기억했다.

사람은 불행을 막지 못하지만 회복의 자리에서 우리를 기다린다. "


동양인 여자로 미국에서 살면서 단단하게 자신을 만들어간 예지. 프로듀서이자 DJ인 그녀는 조용히 자기 방식대로 공간을 장악하고 있는 것 같았다. 마음 속으로 나에게 행해지는 부당함을 알고는 있지만 겉으로 드러내기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그녀의 이런 행동은 깨어나게 만든다.


"나의 진짜 모습을 보려 하지 않는 사람들을 모두 무시하기로 결심한 이유예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에게만 집중하기로 한 거죠. 누군가 당신을 당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싫어한다면 그건 당신의 잘못이 아니에요. 이 사실은 저 자신에게도 더 진실할 수 있도록 용기를 줬어요."


"변화가 빨리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변화를 가장 크게 가로막는 것 같아요. 변화는 다양한 형태의 물결로, 모양으로, 크기로 올 거예요. 작은 변화들이 더 큰 변화를 이끈다는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이 변화를 지속시킬 열쇠라고 생각해요. "


“SF 가 늘 전복적인 것은 아니지만 작가가 쓰기에 따라 굉장히 진보적이고 전복적일 수 있는 장르”라고 말한 김초엽 작가.


"전진적으로 나아질 수는 있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기술 발달에만 의지하기보다 인식의 변화가 별도로 이뤄져야 한다고 봐요. 어떤 분들은 기숙이 이렇게 발달한 미래에 이런 차별이 아직 남아 있겠냐는 리뷰를 주시기도 하는데요. 저는 오히려 퇴보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진보와 퇴보 모두 가능한데 그건 결국 지금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려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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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뮤지션 황소윤, PD.MC 재재, 다큐멘터리 감독 정다운, 싸이클 선수 김원경, 배우 이주영, 패션 모델 박서희, 영화감독.작가 이길보라의 인터뷰 내용이 담겨있다. 한쪽에 웅크리고 앉아 세상과 단절하고 싶을 때, 같은 감정을 느꼈지만 자신을 믿고 툭툭 털고 나오는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누구에게나 힘든 시간이 있다. 그 시간을 견디고 일어설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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