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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33. 공부란 무엇인가

by 늘보

한 줄 정리 :

잘 양념된 삶을 이루고자 한다면 생각의 근육을 기르도록 하는 것은 어떤가


#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어크로스

태어나면서 지금까지 공부를 한 순간도 안 한 적이 있는가. 단지 익숙해져버린 모든 배움을 입으로 들이쉬는 숨처럼 일상에서 느끼지 못할 뿐이다. 당신에게 공부란 무엇인가. 나에게 공부란 매일 살아있는 나를 알아채는 일이다. 숨쉬고 먹고 자는 것 이외에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바로 공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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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많은 젊은 국민들은 입시나 취직 준비를 위해 유년과 청춘의 벼랑에서 낙하한다. 그러나 낙화암에서 떨어진다고 모두가 꽃은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현재 입시생, 취업생으로 삶을 그저 살아내기 위한 노력에 익숙해지고 있지만 그 과정에 들어가는 노력과 시간 자체가 삶이라는 점을 망각해서는 안된다. 성숙한 한 사람으로 우뚝서기 위해서 과연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


공부의 길

이 세상 속에서 산다는 것은 이러한 모순, 긴장 혹은 혼란 속에서 사는 것이다. 이 세상을 주제로 논술문을 쓴다는 것은 그러한 모순과 긴장과 혼란을 직시하되, 그에 대해 가능한 한, 모순 없는 문장을 사용하여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는 것이다.

‘북한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남자는 어떤 사람입니까?’ 그녀는 준비라도 한 듯 주저 없이 대답했습니다. ‘인격이 훌륭한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인기가 있습니다.’ ‘인격이 가장 중요한가요? 인격이 훌륭하면 다른 것들은 상관없나요?’ 그녀는 주저없이 대답했습니다. ‘돈이 없어도 인격이 훌륭하면 여성들이 좋아합니다. ’다시금 물었습니다.’남자가 대머리여도 상관없나요?’ 갑자기 그녀가 주춤하고, 짧은 침묵이 흘렀습니다. ‘대머리여도…...상관없습니다!’라고 소리 높여 대답했습니다.

제목만으로 이 책을 선택했다면 저자의 문체에 더욱 더 소리내어 웃으면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심화된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단어의 기본적인 뜻뿐만아니라 명확하게 정의를 내릴 수 있어야 한다. 김영민 교수는 대머리라는 단어로 그 뜻의 모호함과 정의를 내려보라고 했지만 과연 명확하게 내릴 수는 있는 것일까. 글을 쓰기 위해 기본적인 밑바탕은 바로 어휘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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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삶

여러분은 다시 태어나고 싶으신가요? 어린 시절에 기대하는 공부는 먹고 자고 싸고 움직이고 쉬는 일이다. 청소년기에는 어느 정도 경험해보고 체험을 해야 그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그 후 운좋게 대학에 들어갔다면, 읽기, 쓰기, 말하기, 듣기를 고루 잘 배워야 한다. 일단 말하고 쓰는 법을 잘 배워야 설득할 줄 알고 설득당할 줄 안다. 대학원이나 직장 생활을 할 시 자기 스스로 연구질문을 던지고 계획을 세우며 집행하는 법을 모른다면 이런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 부분을 모르겠어욤…….”

“기분이 찝찝해욤……”

이렇게 옹알이를 하지 말고 지식을 존중하는 법을 배워한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인간은 언제가 죽음을 맞이하고 살아온 날들이 지워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느끼지 않은 마른 장작처럼 마지막을 사그라들 것인지 활활 타오르는 불꽃으로 열정을 태워 날려보낼 것인지는 스스로가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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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기초와 심화

모든 공부는 독서로부터 오는 것이 아닐까. 저자도 정신의 날을 세워 독서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발성이 있는 사람, 스스로 동기부여를 잘하는 사람은 아무리 힘든 일도 거끈히 해내곤 한다. 공부 역시 쾌락적인 일이다. 일정 궤도에 오르고 나면 공부하는 순간순간이 쾌락이니 적극적일 수 밖에. 누군가 옆에서 칭찬이라도 해주면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마음도 쭉쭉 올라가게 마련이다.


아르헨티나의 소설가 보르헤스는 말했다.

“가장 행복한 것은 책을 읽는 것이에요. 아, 책 읽기보다 춸씬 더 좋은 게 있어요. 읽은 책을 다시 읽는 것인데, 이미 읽었기 때문에 더 깊이 들어갈 수 있고, 더 풍요롭게 읽을 수 있습니다.”


책을 읽은 방법은 여러가지 이지만 저자는 정독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첫째, 저자가 침묵하는 내용을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책 내용을 근저에서 뒷받침하고 있는 가정과 전제들을 재구성할 줄 알아야 한다.

셋째, 비판적 독해고 스스로 재구성해가며 읽어야 한다.


오랜만에 즐거운 강의를 들은 것 같다. 사실, 책 제목에서 오는 무거움에 책을 사 놓고도 망설이고 있었다. 첫 페이지를 펼쳐 읽으면서 무한대로 빠져드는 문체에 소리내어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언젠가 강의를 듣는다면 뒤에서부터 채워지는 자리를 박차고 강연자의 얼굴이 가장 잘 보이는 앞 쪽 정 중앙에 올 날을 기다리며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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