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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34.다가오는 말들

by 늘보

#은유 #어크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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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생각보다 자신에 무지하고 자기와 서먹하기에, 글을 쓰면서 나를 알아가는 쾌감도 크다. 그렇게 마음을 다 쏟는 태도로 삶을 기록할 때라야 신체에 닿는 언어를 낳고 그런 언어만이 타자에게 전해진다. "


이 책은 저자가 겪은 일, 들은 말, 읽은 말들로 엮은 에세이 모음집이다. 편견이 많은 사람들이 타인을 이해하고 더 나은 생각을 공감하도록 저자에게 다가온 말들을 읽을 수 있다.


"왜 반응이 없냐고 물었더니 수례가 말한다. “엄마, 고양이 관점에서 생각해야지. 몸을 그렇게 뻣뻣이 세우고 있으면 오겠어?” 수례는 늘 엎드려서 네 발로 무지랑 눈을 맞추었다. 이것이 “되기”인가. 자신의 고정된 위치를 버리고 다른 존재로 넘어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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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래도 두루두루 공평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편견 없이 보려고 노력하고 편견

없이 들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여겼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내 착각이라는 것을 알았다. 겉

포장에 싸여있어 보이지 않는 내면까지 알지 못했다. 생각보다 주위에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일상

조차도 힘든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흔히 “잘 먹고 잘 쉬세요.” 라는 의사의 말이 누군가에게는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려면 그 사람의 눈높이에 자신을 맞춰야

한다는 사실도 새삼 깨달았다. 항상 내 눈높이에 맞춰놓고 왜 그럴까라고 질문을 했으니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인간 사회는 민폐 사슬이다. 인간은 나약하기에 사회성을 갖는다. 살자면 기대지 않을 수도 기댐

을 안 받을 수도 없다. 건강한 의존성을 확장해나가는 과정을 통해서만 우리는 관계에 눈뜨고 삶

을 배우는 어른이 될 수 있다."


"삶은 상호 의존적이라는 점은 무시되고, 개개인은 고립된 채 자기 이익을 챙기는 것에 최상의 가

치를 두도록 세상이 우리를 길들이고 있기에, 무가치하고 무의미해 보이는 일에 무모하게 시간을

보낸 것들만 곁에 남아 있다. 무던한 사람, 철 지난 노래, 변치 낳는 신념, 짠 눈물 같은 것들."


나 혼자 잘 살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입고 있는 옷,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 재료

하나하나, 살고 있는 집, 타고 다니는 차 등등 자급자족을 하지 않는 이상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

면서 산다. 가끔 잊어 버리고 있는 사실을 남긴 음식물을 처리하다 생각난다. 잘 까진 새우를 먹

을 때 누군가의 눈물이 떠오르고 제대로 분리수거를 하지 않을 때 반대로 마구 버려진 쓰레기를

치우는 누군가가 떠오른다.


내가 편히 잠을 자고 있을 때 누군가의 눈물을 모두 공감하기는 어렵지만 글을 쓸 때, 말을 할 때 타인을 떠올리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 좀 더 나은 세상이 되도록 방향을 틀기 위해 노력하는 어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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