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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보 May 10. 2021

북리뷰37. 편협하게읽고치열하게쓴다

#편협하게읽고치열하게쓴다 #정희진


글을 쓴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가볍게 타자를 치던 손이 자판 위에서 머뭇거리고 서성거린다. 쉽게 쓰여지는 글은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쉽게 비판할 수 없고 쉽게 책을 덮을 수 없다. ‘그만 덮을까?’라는 책도 종종 있지만 그래도 끝까지 잡고 읽는 편이다. 어떤 사람은 어리석은 독서라고 말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 읽지 않으면 목에 가시가 걸린 듯 개운하지 못하고 작가의 글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이상한 내 자격지심이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별난 내 성격을 탓할 수 밖에.


“모든 글쓴이들도 나와 같다고 생각한다. 쉬운 글은 있을지 몰라도 쉽게 쓰인 글은 없다. 글쓰기는 체력, 재능, 돈, 정치, 좌절과의 싸움이다. 그래서 나는 모든 글을 존중하고, 책을 쓰고 만든 이들을 존경한다. 타인의 글을 다루려면 자신의 윤리와 정치적 판단에 관한 여러 번의 점검이 필요하다. “

작가는 어떤 책도 그 자체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독자의 반응, 언급, 평가가 있어야 의미를 얻는다고 한다. 이곳에 실린 책이 모두 작가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인연이 닿은 책은 분명하다. 


이 책에는 작가와 인연이 닿은 총 27권에 대한 서평이 담겨있다. 내가 읽어본 적도, 읽으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책들은 충격으로 다가 왔다. 만약 이런 책을 읽었더라면 분노를 눌러가며 과연 글을 쓸 수 있을까. 어떻게 보면 무거운 주제의 책이지만 작가는 그 핵심을 뽑아내 한 문장으로  말해 준다. 그렇다고 쉽게 읽히는 서평은 아니다. 읽을 준비 운동을 충분히 했는가, 그러면 글이 눈에 들어올 수 있을 것이다.


용서는 분노보다 우월한가? 

(나는 너를 용서하기로 했다_마리나 칸타쿠지노)

아픈 사람은 건강한 이들을 이해해야 한다.

(새벽 세 시의 몸들에게_메이 외)

‘오지 않을 그날’까지 필요한 책

(여성성의 신화-베티 프리던)

인생이 왜 이리 모순일까, 비참한 상황에서 나는 웃고 싶다

(대지의 딸-애그니스 스메들리)

같은 책이어도 어떤 동기와 관점에서 읽느냐에 따라 글쓰기가 달라진다고 한다. 편협하게 읽는다는 것은 다른 세계와 만나고 사고방식을 확장하는 과정이며 문제의식, 질문, 재해석에서 나오는 문장력을 작가는 가지고 있다. 


‘서평은 창작’이라고 말하는 작가의 말을 다시 생각해 보며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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