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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보 May 10. 2021

북리뷰36. 북극에서온남자울릭



#북극에서온남자울릭 #프랑수아를로르 #지연리 #열림원


“나는 이곳에서 보내는 은둔자의 삶을 사랑한다. 고독은 자신의 연인들에게 걱정 대신 평화를 선물한다. 가장 낮은 곳에서 태어났지만 무엇보다 순수하고 천상의 것에 속하는 고독 속에서 나는 비밀스러운 감미로움을 발견한다.”


<어느 무갈인의 꿈> 라퐁텐의 우화에 나오는 말이라고 한다. 우리는 바쁜 하루를 보내느라 ‘고독’이라는 단어를 잘 떠올리지 않는다. 혼자서 잘 견디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주인공 이누이트 족 ‘울릭’의 시선으로 본 카블루라(이누이트를 제외한 사람들)는 고독한 사람들이었다. 마리 알릭스, 토마스, 줄리엣, 플로랑스, 아드린느, 꾸뻬, 샤를르는 각 자의 자리에서 마음 한 구석을 슬쩍 밀어둔 채 괜찮은 척 하는 카블루라였다. 


“고독과 맞서려면 매우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아주 강한 추위나 곰에게 맞설 때처럼요.”


“카블루나 나라에서는 고독이 벌이 아닌 듯했다. 카블루나는 이누이트가 이글루에서 가족과 함께 생활하듯 방에서 혼자 지내는데 익숙했다. 그래서 외로움이 자연스러운 삶의 요소처럼 보였다. 어디까지나 그의 생각이었지만 큰 죄를 짓지도 않았는데 객실에 혼자 남겨진 것을 보면 그랬다. “


 “이따금 그가 던지는 농담에 마리 알릭스가 웃기는 했지만 늘 웃다 만 느낌이었다.”

울릭은 카블루라 사람들이 추장처럼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맞서 싸우는 모습이 용맹스러워 보였다. 마리 알릭스도 여성 혼자서 아이 둘을 키우고 가정을 책임지는 이누이트의 가장 같아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울릭에게는 특별한 눈과 귀가 있었다. 스쳐 지나가는 표정을 읽을 수 있었고 혼자 중얼거리는 말을 듣는 밝은 귀를 가졌다. 모두가 씩씩해 보이지만 울릭이 건네는 말 한마디에 가려져있던 쓸쓸한 마음을 위로 받았다. 


“걱정하지 마세요. 누가 뭐라고 해도 당신은 언제나 남쪽 나라가 내게 준 소중한 선물이에요.”

“미안해요…… 그동안 좀 외로웠나봐요.”

마리 알릭스가 코를 훌쩍이며 말했다. 


“지금은 뭐랄까? 그녀가 나를 무시하는 기분이 들어요. 처음 애는 좋았어요. 같이 있으면 젊어진 기분이 들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반대예요. 내가 얼마나 늙었는지 자꾸 깨닫게 되거든요. 젊은 사람을 곁에 둔다고 진짜 젊어지는 건 아니더군요.”


울릭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마음 속의 말을 하게 된다. 이누이트 족에서는 이런 것을 나클리크라고 한다. 동정 혹은 위로를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울릭은 낯선 나라에 와서 자신들과 다른 사람들 속에서 고독을 느꼈지만 위로를 받기도 했다. 


그날 아침, 허리를 숙인 장신의 여자와, 그를 발견하고 미소 짓는 소년, 그리고 방에서 혼자 흐느고 있을 소녀에게 그는 상한 유대감을 느꼈다. 이상한 일이었다. 그는 그들과 연결되어 있었다. 고아가 된 이후, 그가 오랫동안 잊고 지낸 감정이었다. 


카블루라 사람들에게 울릭도 위로를 받기도 하고 위로를 건네기도 했지만 이곳 사람들의 물질 욕망에 대해 미처 깨닫지 못했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자신의 나라로 돌아간 울릭은 패닉에 빠졌다. 건장하고 고집 센 추장은 말도 잘 못했고 그들의 터전 인 이글루는 온데간데 없고 대신 조립식 집들이 있었다. 이누이트 사람들은 알코올 중독에 빠졌고 남자들은 더 이상 일을 하지 않았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약혼자 나바라나바는 어느 술집 바에서 봉 춤을 추는 모습을 보고 울릭은 그녀와 그곳을 떠났다. 


인간은 행복과 사랑, 부와 성공을 늘 꿈꾸며 그것으로부터 자유롭기를 원한다. 두 사회에 정해진 답은 없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어버리게 되는 아이러니 속에서 어느 것을 선택해서 나아갈지 작가는 우리에게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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