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늘보 May 17. 2022

#9. 왜 지금 이 일을 하고 있는 걸까.

피터 드러커의 <일의 철학>을 읽으면서 생각해 본 질문이다. 


‘왜 이 일을 하고 있는 걸까.’


왜? 왜? 매일 글을 쓰고 글씨도 쓰고 책도 읽고 서평도 쓰지만 남들처럼 눈에 띄게 열심히도 그렇다고 게으르게도 하지 않는다. 꾸준히 매일 할 일을 하려고 정말 노력할 뿐이다. 특별하게 글 쓰는 재주도 예술적인 재능도 가지고 있지 않기에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꾸준히 놓지 않고 하는 게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주일에 짧게는 하루 길게는 삼사일 이 질문은 나를 사로 잡아버린다. 그렇게 살지 않아도 된다고, 아무 일도 하지 말라고.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마음이 꾸준히 하려는 마음을 삼켜버릴 때 이런 질문들을 끊임없이 하게 된다.


‘왜 정해진 시간에 꼭 해야 하는 걸까?’

‘무엇을 위해서 쓰고 읽고 있지?’

‘책을 낸다고 유명해 지는 것도 아니고 할 일은 더 많아지기만 하는데 왜 하고 있지?’

‘유명한 작가를 바라는 것도 아닌데 뭐하고 있는 거니?’

‘삶에서 돈을 꼭 벌어야만 가치가 있는 일이야? 그럼 너는?’

‘대체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 거야?’


조금만 취약해도 무너질 수 있다고. 우리의 사업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결코 멈추지 말라고 피터 드러커는 말한다. 꼭 사업을 하거나 회사를 다니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이 질문은 누구에게나 짐이 되는 질문일지도 모른다. 결국 내 자신을 놓을 수 없어서 버티고 버티면서 매일을 살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아침마다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켜 출근을 하고 하루를 사는 일과를 만들어 가는 우리들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 걸까. 상위 1%에 속하려고 발버둥을 치는 게 아니다. 평범하게 살고 그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려고 할 뿐인데 그것조차도 버거울 때가 가끔은 있다. 그럼에도 무너지지 않으려 애를 쓴다. 조각 조각 흩어져버린 기억들을 주섬주섬 모아 엮고 또 엮어 나아간다. 


우리들의 삶은 그렇게 하나 하나 꿰매어 나아가는 조각보 같지 않은가. 펑펑 울면서 슬픔에 젖어 있었던 하루, 뛸 뜻이 기뻐 목젖을 뒤로 젖혀가며 소리 내어 깔깔거리던 하루, 마음 속 저 깊은 곳까지 촉촉하게 밀려들어온 감동으로 보냈던 하루, 너무 힘들어 한 순간 그 하루를 버리려 했던 날, 끝날 것 같지 않았던 터널을 너덜너덜해 질 때까지 걷고 또 걸어온 시간들 그래서 드디어 쨍 한 햇볕을 마주했던 짜릿한 순간들. 이 모든 날들을 하나씩 이어 붙여나가며 살고 있는 것 같다. 


이 모든 시간들은 살아있고 어느 시간에 그토록 바랬던 순간을 만들어 준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오늘도 오늘 하루를 마주하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8.괜찮아? 잘 지내고 있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