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늘보 May 10. 2022

#8.괜찮아? 잘 지내고 있지?

남의 시선에 나를 쏟아 부었던 시간들이 있었다. 기분이 안 좋아 보이면 즐겁게 해 주기도 했고, 내 할 일이 있어도 만나자고 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내 자신 보다 남과의 약속이 더 중요했고 남의 기분이 더 소중했던 그 때 그 시간들. 그렇게 사는 것이 옳은 길이고 나도 좋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다른 사람의 시간에 맞춰 나의 시간을 할애하며 지내오던 어느 날, 더 이상은 그렇게 살기 싫어졌다. 그렇게 살면 안 될 것 같았다. 다른 사람의 기분에 따라 내 기분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 모습을 견디는 일이 점점 힘들어졌다. ‘왜 맨날 내가 연락을 해야 만나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자 먼저 연락을 하는 일이 점점 뜸해졌다.


다른 사람과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여전히 좋다. 그래도 여전히  힘든 만남은 있다.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서로 대화를 나누고 들어주는 일이어야 한다. 자신의 이야기만 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는 만남을 하고 오면 하루 종일 기운이 없기도 하고 마음이 텅 비어버린 느낌이 든다. ‘아, 그냥 집에 있을 걸.’ 이라는 후회 한 마디가 한숨과 섞여 나온다. 그 시간을 나에게 집중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 만남은 의미가 없는 것 같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다가 내 시간을 온통 빼앗기느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는 일이 조금 더 낫다. 혼자 있는 시간들이 외로운 시간은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있는 시간이다. 남을 생각하는 시간을 나에게로 돌리니 내 마음을 위로하고 좋아하는 것을 찾아낼 수 있었다. 삶의 대부분의 시간들은 나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라는 것을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다.


꼭 자주 만나지 않아도 서로를 생각하고 있고 언제든지 마음을 나눌 준비가 되어있다. 너를 잊은 것도 내가 잊혀진 것도 아니다. 한 달에 한 번, 일 년에 한 번, 몇 년에 한 번 만날지라도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는 것을 안다.


이제는 남에게 하던 질문을 내게 한다.


“괜찮아?”

“힘들지 않고?”

“잘 지내고 있지?”





https://brunch.co.kr/@ame44/152

https://brunch.co.kr/@ame44/156


매거진의 이전글 #7.그거 있잖아, 그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