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붙은 커다란 물고기의 반은 케이크 뜨는 스푼이었다. 창가에는 미친 모자 장수의 등이 긴 의자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평온하게 앉아 있었다."
누군가가 여행을 다녀온 후 호텔 후기를 이렇게 남긴다면 '이상한 나라를 다녀왔나 보군.'이라고 생각하겠지요.
2. Marcel Wanders(왼쪽), Gabriele Chiave(오른쪽)
이 이상한 나라는 Marcel Wanders와 Gabriele Chiave가 디자인한 암스테르담 안다즈 호텔입니다. Marcel Wanders는 네덜란드 출신으로 몽상적이고 초현실적인 디자인으로 유명하고, 안다즈 호텔은 하얏트의 럭셔리 부티크 호텔 브랜드(luxury boutique hotel brand)로 호텔마다 독특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둘의 조합이라니... 기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3. 안다즈 호텔, 암스테르담 <사진출처 : Hyatt.com>
도시의 개발업자는 오래된 도서관을 럭셔리 호텔로 바꾸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결정이 알려지자 가장 충격을 받은 쪽은 도서관의 오래된 책들이었습니다. 젊은 책들은 더 좋은 곳으로 가게 될 거라고 위로했지만, 오래된 책들은 이런 식으로 그곳을 떠난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책들이 새 도서관으로 실려가기로 한 전 날밤, 그들은 대탈출을 감행했습니다. 오래된 책들이 갈팡질팡하며 캄캄한 도서관 복도를 뛰어다녔습니다.
4. 안다즈 호텔, 암스테르담 <사진출처 : dezeen>
그 뒷날 아침,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아냈고 마을 전체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책들이 모두 사라졌다! 도서관 내부를 돌아보던 디자이너는 책들이 아직 도서관 안에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습니다. 디자이너는 책들과 협상을 시작했고 그 결과로 새 호텔에 책들의 흔적을 남겨주기로 약속했습니다. 디자이너로부터 이 소식을 들은 개발업자는 처음에는 반대했으나, 결국 디자이너의 명성을 믿고 따라가기로 했습니다.
5. 안다즈 호텔, 암스테르담 <사진출처 : Marcel Wanders 공식 웹사이트>
그렇게 도서관에 있던 오래된 책들과 Delft blue 도자기나 전통 나막신 같은 네덜란드의 역사적 유산들이 함께 섞여서 디자이너의 상상력을 통해 몽환적이고 초현실적인 공간을 만들어 냈습니다.
**Delft blue : 17세기 네덜란드의 Delft라는 도시에서 주로 만들어져 유행하게 된 도자기 스타일. 보통 흰 바탕에 파란색의 문양이 있으며 중국 도자기를 모방해 시작되었다.
6. 안다즈 호텔, 암스테르담 <사진출처 : hyatt.com>
오래된 책에서 나온 그림들은 호텔 이곳저곳에 장식이 되었습니다.
7. 안다즈 호텔, 암스테르담 <사진출처 : Marcel Wanders 공식 웹사이트>
심지어 화장실 벽에도 붙어져 용변 보는 사람들에게 좋은 읽을거리를 제공했습니다.
8. 안다즈 호텔, 암스테르담 <사진출처 : Marcel Wanders 공식 웹사이트>
디자이너는 Delft blue 도자기로 샹들리에도 만들고 식당 장식장 전체를 채우기도 합니다.
9. 안다즈 호텔, 암스테르담 <Marcel Wanders 공식 웹사이트>
세면대의 세면볼도 Delft blue 도자기입니다.
10. 안다즈 호텔, 암스테르담 <Marcel Wanders 공식 웹사이트>
욕실 샹들리에에도 Delft blue도자기가 사용되었군요. 그래서, 서울에 조선백자나 고려청자를 컨셉으로 호텔을 짓는다는 상상을 잠깐 해봤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곳은 우아한 장소가 될 것 같습니다.
11. 안다즈 호텔, 암스테르담 <Marcel Wanders 공식 웹사이트>
네덜란드의 전통 나막신도 벽장식으로 사용했습니다.
12. 안다즈 호텔, 암스테르담 <사진출처 : dezeen>
객실의 레이아웃이 좀 특이합니다. 세면대를 침실로 꺼내 바(bar)의 형태로 만들었습니다. 욕실에 해당될 면적을 침실에 더해주었으니 침실이 더 넓어 보이는 효과는 누릴 수 있습니다.
13. 안다즈 호텔, 암스테르담 <사진출처 : hyatt.com>
14. 안다즈 호텔, 암스테르담 <사진출처 : hyatt.com>
디자이너는 물고기와 케이크 뜨는 스푼 같은 서로 아무 상관이 없는 것들이 섞어져 있어도 받아들일 수 있는 암스테르담의 오픈 마인드와 문화적 다양성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다름을 인정하고 다름에도 불구하고 서로 공존할 수 있다는 사회적 가치를 디자인에 표현하는 디자이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