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도 호텔, 코펜하겐
쇼룸에서 숙박을 했다고 해야 할까요, 호텔에서 가구를 샀다고 해야 할까요?
쇼룸에서 식사를 했다고 해야 할까요, 레스토랑에서 가구를 샀다고 해야 할까요?
카페에서 책을 샀다고 해야 할까요, 서점에서 커피를 마셨다고 해야 할까요?
쇼룸, 호텔, 카페, 레스토랑, 콘셉트 스토어 같은 다양한 기능들이 모두 뒤엉켜 있는 이 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계획하지 않았던 일들을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예를 들면, 여행을 와서 호텔에 묵다가 갑자기 의자를 하나 사야겠다고 마음을 먹습니다. 혹은 가구를 사러 왔는데 온 김에 점심도 먹게 됩니다.
덴마크의 가구회사 메뉴(Memu)에서 기획한 이 공간은 AHEAD(the Awards for Hospitality, Experience and Design)에서 새로운 콘셉트의 호텔로 선정되기도 한 오도 호텔입니다. 호텔이 숙박만을 위한 곳이 아니라 복합 문화/쇼핑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숙박객이 호텔에서 묵는 동안 사용했던 모든 물건들은 마음에 들면 바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호텔은 숙박객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하고, 숙박객은 집에 가서도 그 좋았던 경험을 지속시키기 위해 돈을 지불하는 것이죠.
오도 호텔은 1918년에 지어져 러시아 무역회사로 사용되었던 건물을 리노베이션 한 프로젝트입니다.
옛 구조를 가능한 그대로 둔 채, 주로 가구나 액세서리, 조명 등을 사용하여 스타일링하고 있습니다.
호텔 예약 사이트에는 객실의 인테리어 콘셉트가 설명되어 있습니다. 오도 호텔의 객실은 예약 단계에서부터 숙박객에게 인테리어 체험관 같은 개념으로 접근합니다.
이 객실의 이름은 '낙엽'입니다. 호텔 웹사이트에 따르면 "전체적으로 따뜻한 테라코타의 색감을 주로 사용하면서 큰 대비 없이 비슷한 색들을 섞어 쓰고, 질감을 다양하게 사용하였다."는 설명입니다. 어떤 숙박객들은 '낙엽'이 주는 느낌을 체험하고 본인의 집에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하기 시작할지도 모릅니다.
이 방의 이름은 '북쪽'입니다. 차분한 흰색을 주로 사용하여 북쪽의 느낌을 주면서, 울 러그(Wool Rug)와 같은 소재를 함께 사용하여 따뜻함을 더한 디자인입니다. 커피 테이블에 사용된 대리석의 무늬와 암체어의 무늬가 절묘하게 어울립니다. 하얀 갈대를 담은 화병은 콘셉트와 너무 잘 맞아서 갈대가 북쪽에서만 산다는 착각을 하게 만듭니다.
오도 호텔의 방들은 장식이 과하지 않습니다. 간결하지만 따뜻합니다. 참 북유럽스러운 호텔입니다.
아메바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