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나는 프로주부다.
나는 주부다.
출근도 퇴근도 없는 24시간 노동자다.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24시간 실업자도 가능하다. 꽤나 매력적인 직업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내가 자주 들락거리는 sns의 직업 분류란에 주부란 카테고리가 없음에 얼마 전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내가 이토록 애정 하는 주부란 직업이 직업이 아닌 것일까?
주부란 다재다능한 능력을 요구하는 전문직이다.
나는 영양사이고 요리사이고 인테리어 디자이너이자 건강관리사이다. 코디네이터이기도 하고 정리 전문가이기도 하다. 환경운동가에 아동심리학자에 상담사까지 겸하고 있는데 내가 무직이라니....
나는 경단녀가 아니고 꿈을 잃은 사람도 아니다. 나는 내 가족들을 보살피고 생활터전을 가꾸는데 성취감을 느끼는 전문 주부다. 그런데 이 성취감이란 게 나만 느끼는 감정일 뿐 사실 인정해 주는 건 가족 구성원 정도일 뿐이긴 하다.
승진도 없고 성과급도 없다.
집에서 논다는 억측에 자존감을 지키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어쩌면 그래서 나는 더 살림에 공을 들였는지도 모르겠다. 그게 못내 아쉬웠던 나는 작년 초 우연히 sns에 내 살림들을 조금씩 공개하기 시작했다.
사춘기에 곧 접어들, 사춘기 절정인 - 두 아이들이 버거워질 쯤이었다. 어쩌면 내게 돌파구 같은 곳이었는지도 모른다.
찰나로 지나가는 내 노력의 순간들을 담아둔 공간에 나와 같은 모습의 사람들이 와주었다. 그것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바깥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주부
최대 단점인 벽이 허물어지는 순간이었다.
‘오전 열한 시’ 그게 나의 브랜드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시간
홀로 남은 내가 나를 위해 보낼 수 있는 짧은 시간에 나는 소통을 시작했다. 개인의 브랜드화 -그건 남들 얘기만은 아니었다. 나는 프로 주부다. 주부는 노는 사람이 아니라 열 일하는 사람이다.
내 꿈은 주부였고 나는 꿈을 이룬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엄마라 불리고 아내라 불리는 지금이 나는 행복하다.
집은 나의 우주이며 모든 행복은 집에서 시작된다고 믿는다. 그리고 우연히 들어선 이 발걸음이 결코 멈추지 않았으면 한다.
인스타그램에 매일의 살림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