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살림 아이디어
내 공간에 나는 아이디어를 창출해 가는 사람이다.
우리 집 수석 디자이너쯤이 될 듯하다.
너무 거창하다 싶지만 나는 살림의 가치가 높아지길 소원하는 사람이니까 그냥 그렇게 생각하기로 한다.
나의 살림 아이디어는 미니멀 라이프로부터 시작되었다.
-이렇게 쓰고 나니 뭔가 거창한 느낌이지만 그것은 아주 평범하고 단순하다.
물건을 사지 않고 가지고 있는 것으로, 혹은 최소한의 소비만으로 살림에 유용하도록 만들어 가는 것
그것이 바로 내 살림 아이디어의 시작이었다.
나는 지극히 맥시멀 한 사람이었다.
아이들의 성장과 더불어 자연스럽게 비움의 과정을 거치며 미니멀 라이프를 동경하게 되었고 비움의 과정은 생각보다 재밌었지만 지구에 버려지는 쓰레기는 쉬운 소비의 주체자로서 죄책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다시는 쉽게 버려지는 물건을 들이지 않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져 갔다.
비움의 과정을 거친 나는 무언가를 보태어 살림을 변화시키는 것이 많이 부담스러워졌다.
특히 정리를 하고자 사들인 물건들이 집 밖으로 정리되어갈 때 그것들이 진짜 정리에 필요한 것들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정리는 비운 후에 시작되어야 한다.
비움이 없는 정리는 테트리스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나는 소유하는 기쁨이나 소비의 필요성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고가의 물건이라 할지라도 백 퍼센트의 만족감과 확신이 있다면 그것을 굳이 밀어낼 필요는 없다.
오래도록 사랑할 자신이 있는 물건은 기꺼이 집안으로 들인다.
대신 단돈 천 원이라 할지라도 필요성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망설이다 결국 사지 않는 일이 흔해졌을 뿐이다.
소비의 수가 줄면 질은 올라간다.
소비의 결정은 가격이 아닌 가치여야 한다.
그것은 내가 비움의 과정에서 배운 값진 교훈이다.
정확히 말하면 나는 미니멀리스트는 아니지만 나 나름의 정의로 본다면 나는 미니멀리스트로 가는 중인 것이다.
미니멀 라이프는 저마다 다 다르므로 맞고 틀린 것은 없다.
나는 전보다 까다로워졌고 더 꼼꼼해졌을 뿐이다.
백 퍼센트 확신이 없는 물건은 사지 않는다.
그 규칙을 지키다 보면 대체할 물건들이 나타난다.
까다로워진 내가 마음에 쏙 드는 물건을 만나기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아이디어들은 대체품으로 시작했지만 당당히 우리 집 살림살이로 자리 잡아갔다.
필요가 발명을 만든다고 했다.
살림은 무엇보다 창의성이 필요한 직업이다.
그렇게 창의성이 더해진 살림은 점점 더 재미있어진다
누구나 그럴 수 있다.
내 공간에서만은 내가 최고의 전문가다.
인스타그램에 매일의 살림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