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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전 열한시 Oct 16. 2021

사춘기 아이가 처음 울던 날

아이의 눈빛이 달라졌다. 언제나 나를 우러러보던 그 시선이 서서히 거두어지던 날, 아이는 중 2가 되었다.

엄마는 이제 아이에게 그리 완벽하지도 대단하지도 않은 존재다. 내가 아이보다 모르는 것이 많아지는 시점 즈음에 아이는 나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내 아이만은 사춘기가 없을 거라는 이상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가 뒤통수를 맞는 듯한 기분으로 낯선 내 아이의 사춘기와 나는 마주했다.

이제 야단을 치면 더 이상 무조건 “잘못했어요”라고 말하던 내 아이는 없었다. 아이의 논리에 막혀 말문이 막히면 나는 이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렇게 좋은 엄마가 되기를 서서히 포기해 가고 있었다. 좋은 엄마가 되려는 마음보다 너를 좋은 사람으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더 강했던 때였다.

큰 문제는 없었지만 우리는 전보다 자주 삐걱거렸다. 너는 스스로 뻗어나가고 싶어 했는데 나는 자꾸만 더 크게 자라라고 가지치기를 해대고 있었다.


그즈음이었다.

그날은 그런 날들 중에 하루였다.

아이는 학교에 갔고 나는 오프인 남편과 자전거를 타고 한강으로 향했다. 하늘은 맑았고 바람이 더없이 좋았던 날

돌아오는 길에 앰뷸런스를 타는 일 따위는 결코 어울리지 않았을 그런 날이었다.

한 순간에 바닥이 자전거를 타던 내게로 향했다.

마치 느린 화면을 재생하듯 하더니 갑자기 내 턱은 바닥에 빠르게 착지했다.

바퀴가 자전거 도로와 보도 사이의 경계를 타다가 끼여 갑자기 조정능력을 잃었다. 전기 자전거는 일반 자전거와 달리 돌발상황에서 쉽게 멈춰지지 않았다.

분명 턱 뼈가 부서진 느낌이었다. 피가 흐르고 있었고 남편의 놀란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얼마나 다친 건지 알 수 없는 상태로 오만가지 생각 속에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도착했다.

다행히 뼈에는 이상이 없었다. 생각보다 사람의 턱뼈는 훨씬 강했다. 열 바늘을 넘게 꿰매고 여기저기 찰과상에 팔은 상처가 꽤 깊었지만 뼈와 이가 다치지 않았음에 한없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자주 자전거를 탔지만 생각지도 못한 사고였다.

그렇게 치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고 조금 지나자 아이가 하교를 했다.

아이는 나를 보자 놀란 눈빛을 보였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있는데 아이가 갑자기 엉엉 소리 내 울었다. 눈물 뚝뚝이 아니라 어린아이처럼 소리 내 울었다.

“엄마 많이 놀랐지 얼마나 아팠어.”


이제 컸다고 가끔 노려보기도 하고 목소리도 커지고 이제 품 안의 자식이 아니구나, 놓아줘야 하나 싶어 많이 쓸쓸했는데, 키만 큰 너는 여전히 아이였다.

내가 해준 사랑이 네게 그리 가벼운 게 아니었구나

그 마음이 내가 여전하듯 너도 그렇구나

어른 인척 해도 아이구나, 엄마가 여전히 소중하구나 싶어서, 그 마음이 예쁘고 고마워서 나도 함께 소리 내 울었다.  

졸린 눈을 비벼가며 젖을 물리고 너를 안고 앉은 채 잠이 들던 그날들이 기억에서는 사라져도 너의 마음속 깊숙이 차곡차곡 쌓여있었나 보다. 작은 손으로 내 옷자락을 잡고 우러러보던  너의 그 눈빛은 여전히 네 눈 속에 숨어 있었다.

넌 여전히 내 아기였다.


이제 그 아기는 고2가 되었다.



매일을 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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