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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멜리아 Oct 31. 2017

사람을 많이 만나서
꼭 얻어야 하는 것

'멘토'와 '롤모델'에 대하여

이쯤이면 눈치를 챘을 거야.

나는 작년 한 해 동안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여러 경험들을 쌓으면서 스스로 정말 많은 고민들을 했어. 그리고 그만큼 얻은 답도, 또 얻은 질문들도 많아졌지.

오늘은 스스로의 고민에 빠져있을 때 그에 맞는 답, 혹은 그에 맞는 또 다른 질문을 얻게 해주었던 사람들에 대해서 말하고자 해. 흔히 멘토 또는 롤모델이라고 부르는 사람들 말이야.


나는 이 사람들을 묶어서 영감님들이라고 불러.

멘토는 뭔가 나를 코치해줘야 할 것 같은 책임을 지워주는 것만 같고, 롤모델이라고 하면 내가 완전히 그 사람 뒤를 따라야 할 것 같은 의무를 지는 느낌이라서 조금 마음에 들지 않거든.

다만 내 삶을 어떻게 꾸려갈 것인가에 대해서 영감을 준다고 해서 영감님들이라고 부르는 걸 좋아해. (저번에 관계에 대해서 말할 때, 잠깐 이야기 나왔었지?)


또 영감님들은 그 폭이 넓거든. 인생 전반, 혹은 한 분야에 대한 조언을 들려줄만한 멘토 같은 사람일 수도 있고, 아니면 정말 뒤따르고픈 롤모델 같은 사람일 수도 있지. 아니면 평생 곁에 두면서 함께 삶을 고양시키고 싶은 친구일 수도 있고. 이 모든 사람들을 묶어서 영감님이라고 부르면 편하잖아?

그래서 이 편지에서도 그 사람들을 모두 영감님들이라고 부를 예정이야.




우리 모두에게는 영감님이 필요해. 한 사람일 수도 있고, 여럿일 수도 있고. 그건 본인의 자유지만.

네가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꼭 얻어야 하는 것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꼭 '영감님'을 한 명이라도 얻으라고 할 거야. 

아주 사소한 한 부분이어도 좋아. 너의 아주 작은 한 부분이라도 성장시키는, 또는 성장하고 싶게 만드는 사람을 꼭 찾길 바랄게. 네 삶이 얼마나 풍요로워지느냐 하는 문제에는, 영감님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꽤 큰 부분을 차지하거든.


 뮤즈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가 여러분의 집필실에 너울너울 날아들어 여러분의 타자기나 텀퓨터에 창작을 도와주는 마법의 가루를 뿌려주는 일은 절대로 없다. 뮤즈는 땅에서 지낸다. 그는 지하실에서 살고 있다. 그러므로 오히려 여러분이 뮤즈가 있는 곳으로 내려가야 한다. 그리고 내려간 김에 그의 거처를 잘 마련해줘야 한다. 다시 말해서 낑낑거리는 힘겨운 노동은 모두 여러분의 몫이라는 것이다.
 한편 뮤즈는 편안히 앉아 시가를 피우고 자신의 볼링 트로피들을 흐뭇하게 감상하면서 여러분을 싹 무시하는 척한다. 이런 상황이 공평하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그렇다고 본다. 물론 이 뮤즈라는 작자는 겉으로 보기에도 별 볼 일 없고 대화 상대로서도 빵점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영감을 주는 능력이 있다. 그러므로 모든 노고를 혼자 도맡는 것도 기꺼이 감수해야 한다. 작은 날대를 달고 입에는 시가를 물고 있는 그 작자는 마술이 가득한 자루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속에 들어있는 것들은 여러분의 인생을 바꿔놓을 수도 있다.
- 스티븐 킹, <유혹하는 글쓰기> 중에서.


내가 세상 그 누구보다 널 잘 알잖니.

아마 조금 귀찮아하겠지. 아니면 '이미 해봤는데, 나는 딱히 엄청 닮고 싶은 사람 같은 게 없었던 것 같아. 천천히 찾지 뭐.' 하고 미루거나. 

그래서 이 글을 가져왔어. 이 사람은 소설 하나를 쓰기 위해서 저다지도 뮤즈에게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을 하는데, 하물며 몇 십 년 짜리 삶을 움직이는 영감님을 얻는데 정말 그 정도로 만족할 수 있겠니?



영감님은 꼭 위인이 아니어도 좋아. 

엄청나게 대단해서 사람들이 모두 우러러 보는 사람, 그런 사람을 영감님으로 삼아도 상관 없지만, 꼭 그런 사람이 아니어도 돼. 어쩄든 네가 닮고 싶은 사람, 혹은 그런 부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분명히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할거야. 책으로 만나는 사람, 영상으로 만나는 사람이어도 좋아. 어쨌든 여러 사람들을 보고, 만나서 너만의 영감님들을 꼭, 찾으렴.


영감님은 어쩌면 아주 가까운 사람이 될 수도 있어. 예를 들면, 부모님이나 형제 같은 사람들 말이야.

내 경우에는 부모님이 '가족' 뿐만 아니라 '영감님'으로도 큰 역할을 하고 계시거든. 얼마 전에는 말썽꾸러기 남동생도 철인삼종경기를 해내면서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겨낸 덕분에 또 한 명의 영감님이 되었고.

아마 부모님은 그 어떤 멘토보다도 너를 위해 아낌없이 조언을 해주실 거야. 아마 너를 견제하거나 질투하지 않고 진정으로 조언을 해줄 가장 첫 번째 사람이기도 하지. 

다만 부모님을 영감님으로 두고 조언을 구할 때에는 꼭 알아둬야 하는 게 있어. 그분들은 너의 안위가 1순위라는 거야. 네가 안전하고, 무사하고, 잘 살기를 바라시지. 약간의 모험, 약간의 위험, 그런 것을 불사하고 뭔가를 하겠다는 데에 찬성하는 경우는 아주 흔하지는 않은 편이야. (그런 의미에서, 너는 참 행운아라고 생각해. 너와 나는 말이야.)




부모님의 조언에서도 배우듯, 

그 누가 어떤 영감을 주든, 어쩄든 너의 삶을 사는 것은 너라는 것은 또 잊지 말아야 해.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는 것들을 인격화해서 뮤즈, 라고 하지. 예술가는 뮤즈에게 영감을 받지만, 그 뮤즈를 찾는 것도, 뮤즈에게서 받은 영감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것도 결국 그 예술가가 할 일이야.

절대로, 영감님들에게 의존하는 삶은 살지 말아그들도 그들의 삶이 있거니와, 또 모든 선택지 앞에서 그들이 100% 맞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거든. 또 어떤 부분에서는 네가 영감님들에게 영감을 줄 수도 있는데, 그 사실을 잊어버리기 쉬우니까 말이야.


그래서 나는 멘토와 멘티라는 말보다 영감님이라는 말이 더 좋은 것 같아.

멘토는 가르치는 사람, 멘티는 배우는 사람으로 남기 마련이지만, 영감님이 되면 그 언젠가 나도 그 사람에게 영감을 줄 수도 있는 거거든.



조금 횡설수설 한 것 같은데,

아무튼 너의 삶을 고양시킬 조언을 들려주거나, 그런 행동을 하거나, 그런 말을 하는 '영감님'을 꼭 찾으라는 게 오늘 내가 하고 싶은 말이야.

다만 가서 '제 멘토가 되어주세요' 하고 대뜸 말해서 영감님들을 당황하게 하지 말고.

영감님에 대한 존경심을 담은 눈빛 정도를 갖추고 가서 충분히 질문하고, 천천히 답을 듣고, 감사를 표하는 한편으로 너도 그 사람에게 영감을 줄 만한 부분을 개발해보는 거야.

서로에게 진심이고, 서로를 성장시키는 관계는, 한쪽이 계속 주는 관계보다 훨씬 오래 가고 더욱 단단해지거든.



오늘은 어쩐지 영감이라는 말을 엄청 많이 쓴 기분이네.

그럼 이만 마치면서 - 

하루의 끝맺음이 따스하길 바랄게.


From. 너에게 영감님이 되고픈 1년 후의 내가,

To. 영- 감을 못 잡고 있는 1년 전의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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