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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멜리 Amelie Jun 26. 2023

1. 어쩌다 뉴욕!

뉴욕에서 파리로, JFK에서 CDG로

올해 초, 아이들의 이번 여름방학 때에는 기필코 프랑스에 가겠다고 다짐했다. 2003년, 프랑스어를 배우며 1년 동안 프랑스 앙제(Angers)에 있었고, 2013년, 결혼을 하며 파리를 포함해 유럽을 신혼여행으로 다녀왔고, 지난해 10월까지 3년 동안 큰아이가 프랑스학교를 다니며 프랑스어로 공부했다는 것을 이유로 나 혼자 결정했다.


프랑스와의 인연 20주년을 자축하며 친구 집을 방문해 프랑스를 즐기겠다는 생각만으로도 오늘까지 행복한 나날들이었다.   

 

봄부터 파리행 비행기를 알아봤다. 보스턴 로건 공항은 차로 1시간 이내에 닿을 수 있는 곳에 있는데 파리행 비행기 시간이 다양하지 않았다. 뉴욕 JFK 공항으로 살펴보니 항공도 많고, 시간대도 다양하고, 가격도 다소 저렴했다. 우리는 차로 4시간가량 걸리는 뉴욕까지 가서 파리행 비행기를 타기로 마음먹고 온 가족의 티켓을 구입했다.


우리는 왜 파리에 가는데 뉴욕에 가야할까


파리에 가는 여행이 며칠 남지 않은 날이었다. 남편과 나는 뉴욕까지 가는 여러 가지 방법을 알아봤다. 우리 차를 타고 가서 공항 주차장에 장기로 주차를 하는 방법과 렌터카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었다. 이러나저러나 우리는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고, 아이들이 긴 자동차 여행을 잘 견뎌줘야 뉴욕까지 갈 수 있다는 생각이 커지자 왜 이런 결정을 했을까 하는 후회도 동시에 떠올랐다. 굳이 왜 파리에 가는데 뉴욕까지 가자는 결정했을까. 잠깐 후회했던 날들이 있었는데 계획을 변경하기에는 이미 늦었기에 우리는 뉴욕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가야만 했다.


95번 국도를 타고 매사추세츠주와 로드아일랜드주, 코네티컷주를 지나며 아래로 내려가다 보면 풍광들이 조금씩 달라지고, 새로운 땅에 진입하는 느낌이 훅 들어온다. 뉴욕시에 인접하면 도로가 심하게 울퉁불퉁하고, 도로 주변에 쓰레기가 날아다니고, 건물 벽마다 그래피티가 넘쳐난다. 그러다 저 멀리 맨하탄의 스카이라인이 서서히 보이면 노래를 바꾼다.


뉴욕~!



뉴욕은 냄새에도 뉴욕이라 이름이 쓰여 있다


그렇게 맨하탄 거리를 배회하기 시작하면 뉴욕은 이렇게 스쳐만 지나가도 재밌는 곳이라는 생각에 잘 왔다 싶다. 오늘은 센트럴파크와 근처를 조금 걸었고, 길거리에서 조각 피자를 사 먹었다. 오늘은 어딘가에 퀴어축제가 있는 모양인지 한껏 멋을 낸 언니 오빠들이 우리의 반대 방향으로 거슬러 올라갔고, 우리는 마음으로 그들을 따라갔다.



맨하탄을 빠져나와 JFK 공항이 있는 퀸즈로 향해 간다. 차창 밖에 흘러가는 뉴욕이 맨하탄과 아주 많이 다르다. 그러고 보니 뉴욕 JFK 공항과 파리 샬드골 공항은 사람 이름을 따서 지었다며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어쩌다 매혹적인 도시 두 곳의 공항을 다 이용하게 되었다. 뉴욕에서 파리라니, 이런 어이없는 계획도 재미있다.



아이들은 집에서 뉴욕까지 자동차 여행도, 마리화나 냄새 찐득한 맨하탄 거리도, 면세점 옆에서 한국 컵라면도 한 그릇씩 즐겼다. 비행기에 탑승하자마자 좋아하는 영화를 하나씩 고르고는 기내식을 기다린다. 나는 20년 전에 들었던 흐노(Renaud)의 Si tu me payes un verre를 들으며 한껏 들떴다.


아멜리 이제 프랑스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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