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의 힘

탯줄

by 아멜리 Amelie

얼마전 뱃속 아이를 보러 병원에 갔다.

바코드 리더기처럼 생긴 기구로 아이가 있는 곳과 내가 사는 곳을 연결하면 컴퓨터 화면에 검은 바탕에 흰 선으로 그려놓은 아이의 모습이 나타난다. 아이의 얼굴과 팔과 다리와 척추를 보다가 코끝이 찡했다.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이 있고, 새가 날고 바람이 불고 눈이 흩날리는 이 세상에 나오려는 생명이 그저 갸륵했다.


나의 몸과 아이의 몸을 연결하는 탯줄이 보인다. 저 작고 여린 연결고리를 통해 링거 수액을 맞듯 내가 먹는 밥을 아이가 먹고, 내가 마시는 물을 저 아이가 마신다. 나아가 내 심장이 저릿해지는 슬픔도, 심장이 터질듯한 기쁨도, 비오는 날 글루미한 노래를 들으며 센치해진 멜랑꼴리한 마음도 저 탯줄로 흘러간다. 슬픔은 카카오 백프로 초콜릿의 쌉쌀한 맛이 나고, 기쁨은 달콤향긋한 딸기맛이 나고, 멜랑꼴리한 마음은 향이 강하고 깊은 커피맛이 날 것 같다.


아이의 작은 세포 속에 영양소도 있어야겠지만 희노애락의 작은 단초들도 같이 숨어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세상에 나와 우리와 같이 폐로 호흡하고 살아갈 때, 봄이 가고 여름이 오면 즐거워하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면 쓸쓸해하길. 수만가지 감정의 실타래가 오색찬란하게 쏟아지는 아이의 일상이 펼쳐지길 손꼽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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