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birthday to you
나는 당신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걸을 때 기분이 좋아진다. 당신의 발은 익숙한 각도로 바람을 가로지르며 활기를 뿜어낸다. 바람따라 가볍게 흔들리는 양 팔은 구속되지 않고 속박되기 싫어하는 당신을 닮았다. 나는 당신의 뒤에 서야만 볼 수 있는 아킬레스건이 숨어 있는 당신의 발뒤꿈치 위를 가장 좋아한다. 긴 바지를 살짝 걷어 올려 입고 경쾌하게 걷는 당신을 뒤에서 바라볼때면 언제라도 달려가 껴안아주고 싶다.
시간이 소리 없이 고요히 흘러간다. 남들 눈에 보이지도 않고 봐도 기억나지 않는 모습과 장면을 간직하고 사는 부부가 되었다. 아이를 키우기 전, 아이를 가지기 전, 우리가 혼인을 하기 전 어디서 무얼 먹었는지, 뭘 하며 시간을 보냈는지, 누구를 만나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무얼 보고 감동하고 어떤 색깔의 꿈을 꿨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어린왕자가 행성을 이동하며 여행하듯, 우리도 과거를 떠나 지금 일상으로 여행을 온 것은 아닐까 하는 착각마저 든다.
아이를 낳고 키우던 어느 날, 당신과 내가 단 둘이 첫 데이트를 나선 그 날, 걷던 당신이 손을 뻗어 내 손을 잡았다. 파르르 떨며 소리를 내는 풀피리마냥 떨리는 내 손길을 당신이 느낄까 봐 조바심이 났다. 내 마음을 들킬까 그저 부끄럽기만 한 어린 소녀의 마음이었다. 일상을 빼곡히 채우는 일에 몰두한 나머지 당신을 향해 가졌던 마음을 어디에 두고 있는 지 잠시 잊었던 나날이었다. 당신이 뻗은 손길에 마음을 다시 돌려받은 날이었다. 독사과를 먹고 잠이 든 백설공주를 왕자님이 뽀뽀로 깨워주듯 말이다.
내가 당신을 좋아한다. 두어가지 반찬을 앞에 두고 당신과 나란히 앉아 하루 종일 허했던 뱃속에 집밥을 채워 넣으며 하루를 읊조리는 저녁 시간을 좋아한다. 아이를 재워놓고 주전부리를 우걱우걱 씹어먹으며 티비 앞에 나란히 앉아 웃고 떠드는 주말 밤을 좋아한다. 주말마다 향하는 양평 가는 길에 하늘을 보라는 당신의 말도, 당신이 흥얼거리는 노랫소리도, 아이의 말 한마디에 공기를 가로지르며 터져 나오는 당신의 웃음소리도 나는 참 좋아한다.
나는 누군가를 위해 살 자신이 없다. 나는 누군가를 위해 나를 버릴 자신도 없다. 나는 나의 존재가 훼손되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하는 이기적인 사람이다. 나는 나를 사랑하는 만큼 당신을 사랑한다. 나는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누구보다 충만하다. 그렇기에 나만큼 당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당신이 나와 한결같이 나란히 서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득하다는 뜻이다.
우리가 같이 걸어가는 길이 얼마나 험난하고 얼마나 먼 길인지 아직 잘 알지 못한다. 다만 당신과 그 길 걸어가면 숨이 가빠와도, 온 몸에 땀이 흘러내려도, 두 다리에 힘이 모두 빠져도, 하늘을 올려다보며 입가에 미소를 띨 수 있는 마음만은 한 가득 일거란 사실 하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가 산봉우리 하나를 가까스로 넘어 평평한 땅을 향해 내려가는 길을 만나는 순간 마주보고 크게 한 번 웃을 수 있기를, 다음 산봉우리를 찾아 떠날 수 있는 용기를 꼭 맞잡은 손에 머금을 수 있기를 늘 기도한다.
아름다운 행성에서 맑은 그대를 만나 어여쁘게 살게 해주어 고맙습니다.
그대는 늘 나의 좋은 벗이자 영원히 간직하고픈 소중한 사랑입니다.
Happy Birthday To You
2017. 9. 8
Amel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