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다이닝 테이블에 놓인 거울접시
여백이 많은 환한 건물.
고급스러운 다이닝 테이블 앞에
한 여성이 앉아 있다.
그 여자는
허리가 잘록해 보이는 원피스를 입고 있다.
아주 고급스러운 옷은 아니지만,
이 자리에 오기 위해
정성을 다해 고른 옷처럼 보인다.
옷차림과 달리
그 여자의 손과 다리에는
삶이 지나간 흔적이 남아 있다.
지워지지 않고,
애써 숨기지도 않은 흔적이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굵은 웨이브 머리는
정성스럽게 다듬어져 있고,
남색이 감돌만큼
차분한 윤기가 흐른다.
그 얼굴에는
분명 설렘이 있다.
긴장이라기보다는,
무언가를 마주하고 있는 사람의 표정이다.
그녀 앞에는
은색 무광의 식기들과
자신의 얼굴이 그대로 비치는
거울 접시가 놓여 있다.
그 여자는
나이프와 포크를 들어
천천히,
아주 조심스럽게
그 얼굴을 베어 먹는다.
이곳에 어울리는 방식으로
우아하고 차분한 식사처럼 보이지만,
자기 자신을 먹고 있다는 사실은
이상할 만큼 조용하다.
저항도 없다.
이 여자는
최근에,
내가 나를 베어 먹고 있다는 생각과 함께
떠올랐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
잘 해내기 위해,
괜찮은 사람으로 남기 위해
나는 오랫동안
나를 조금씩 잘라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이 방식이
나를 지키는 일이 아니라
나를 소모하는 일이 아닐까
질문이 생겼다.
결국 나는,
새해가 시작되었지만
의욕이 넘치거나
앞이 환해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2026년을 이야기하며
기대와 계획을 꺼내놓았지만,
나는 그 흐름에
조금 늦게 도착한 사람처럼
무기력했다.
그 거리감은
외로움이 되기도 했고,
나를 작아지게 만들기도 했다.
그래서 한동안
밖을 향하기보다
나를 파헤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더 아팠다.
기도하며,
지금의 나는
어디에 서 있는지
너무 알고 싶다 소리 내었다.
그러다 우연히
오래 함께 일해온
언니이자 친구 같은 사람과
마주 앉아 커피를 마시게 되었다.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아두었던
말하지 못한 무기력함을
조심스럽게 꺼내놓자
그제야 알게 되었다.
아,
나는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싶었구나.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가고 싶었구나.
그 시간이 비어 있었기에
나는 지쳐 있었던 거구나.
함께하는 일에는
정말 여러 모양이 있다.
서로에게 도움이 되기도 하고,
각자의 이유를 품고 만나기도 한다.
그 무엇이든
정직만 하다면 괜찮다.
하지 않은 일을
한 것처럼 말하지 않는다면.
지난해,
사람 관계 안에서
힘이 많이 들어갔다.
그럼에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
아름다움이 있을 것이라 여겨
쉽게 포기하지 못했다.
이제는
나를 베어 먹지 않으면서도
사람과 함께하는 방법을
천천히 배우고 싶다.
우아하지 않아도,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내가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을
조금 서툴더라도
내 목소리로 건네는 시간.
그 시간을
이제는
나 자신에게
조심스럽게 내어주려 한다.
- 구독자 분들은 새해 한 달 동안 어떤 시간을 보내셨나요?
저는 누구나 겪고 있는 새해를 맞이하진 못 한 것 같아요.
혹시 누군가는 저와 같다면,
우리 이제 그만 스스로를 베어 먹고 다른 다이닝을 즐겨보아요.
세상에 맛있는 게 너무 많을지도 몰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