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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드레 Jun 16. 2023

기념품

'엄마 기념품 꼭 사 와'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마지막 순간까지 초등학생이 외친 말이다. 기념품에 인색한 엄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아이가 이렇게 간절한 눈빛으로 기념품을 외치다니 마음이 조금 흔들렸다.


첫째 아이 17개월 무렵 복직을 했다. 그 당시 부 양육자들에게 부탁한  수많은 리스트 중 하나는 ‘엄마 돈 벌러 갔다’라고 말하지 말기였다. 엄마와 떨어져 있는 시간 동안 엄마는 내( 아이)가 아닌 돈을 더 소중하게 여긴다는 생각을 혹여라도 하게 될까 봐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엄마는 일을 하러 회사에 가고 회사에서 어떤 어떤 일을 한다고 늘 설명을 했다. 네가 어린이 집에 가고 친구들과 놀며 하루를 보내는 것이 너의 일이고 엄마가 회사에 가는 것이 엄마의 일이라고 각자의 일상을 분리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했다. 아이는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돈은 은행에 가면 나눠 주는 줄 알았다고 한다.


‘엄마 선물 사 올게’로 우는 아이를 달래서 출근한 동료들은 출장길에 오를 때면 돌아갈 때 어떤 선물을 사갈지 늘 걱정이 많았다. 아이가 커 갈수록 엄마보다 엄마의 가방을 더 기다린다는 이야기에 씁쓸한 기분이 들었던 나는 절대 선물을 사지 말자고 결심을 했다. 선물이 아닌 나를 기다리고 반겨줬으면 하는 이기적인 마음이 가득했던 어린 엄마였다. 그 방법이 아이들을 더 바르게 자라게 할 거라는, 더 옳은 기쁨과 슬픔을 배우게 될 거라는 헛 된 자부심으로 가득했었다.


선물이 들어있는 가방이 아닌 아이가 기다린 건 결국 엄마라는 사실을 오랜 시간이 지나 알게 되었다. 뭉친 다리를 주물러 주고 아픈 허리에 파스를 붙여 주는, 이제는 나의 건강을 더 염려하는 아이들을 보며 엄마 없는 시간을 견디느라 힘들었을 그 어린 시기에 소소한 기쁨 하나 얹어주지 못 한 마음에 미안함이 밀려든다.


   ‘엄마 다리 괜찮아? 컨디션은?’

   ‘괜찮아, 필요한 거 없어?’

   ‘없어, 조심히 돌아와’


기념품을 외치던 초등학생은 어느새 걱정이 한가득이다. 엄마를 기다리던 엄마의 가방을 기다리던, 나는 아이의 마음에 집중해야겠다. ‘더 바르게 잘’ 키워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서 말이다. 이미 아이들은 잘 자라고 있다.


기념품을 사러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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