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인 듯 환자 아닌 나

by 마드레

정기 검진에서 매년 양성 종양이라는 판정을 받았지만

그 해 엄마는 ‘거참 유난스러운 아줌마’라는 소리를 들어가며 혹을 떼어냈다. 형식적으로 시행했던 조직 검사에서 유방암 판정을 받은 엄마는 수술이 채 회복되지 않은 몸을 이끌고 의기양양하게 서울대학 병원으로 전원을 했다.

‘거봐! 내가 뭐랬어 찝찝하다고 했지’

긴 투병의 시작 테이프를 스스로 당당하게 컷팅했던 우리 엄마.


벌써 8년이죠?

그만 오시라고 하고 싶은데 이게 좀 찝찝해요.

크기는 2년 전과 같은데 모양이 딱 암이에요.

지금 조직검사하면 무조건 암으로 나올 거예요.

(네?????????)

이걸 지금 수술하는 건 아무 장점이 없어요.

진행 속도가 느리고 다른 곳에 영향을 주지 않으니 지켜봅시다.

괜히 건드리면 평생 약 먹어야 하고

합병증이나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으니 2년 후에 봅시다.

(네?????? 암이라며 2년이요????????)


7년 전에 수술한 갑상선( 비정형세포) 정기 검진에서

의사 선생님은 감기 증상을 말하듯 편안한 말투로 현재 나의 상태를 설명하셨다. 아무리 작아도, 아무리 다른 곳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 해도 ‘암’이라는 단어는 내겐 너무 무거웠다. 수만 가지 질문이 떠올랐지만 콩닥콩닥 뛰는 심장을 부여잡고 선생님의 ‘지켜보자’는 말에 겨우 네’라는 대답밖에 할 수가 없었다.


암 조직 보유 몸뚱이가 된 나는 사랑하는 홍씨들과 김씨들에게 이 소식을 전했다. 각자의 성격과 상황에 맞춰 다소 과격하게 또는 건조하게. 각각 예상한 반응을 보였다.

다소 오버스럽게 또는 서운하게. 나는 암 환자인 듯 환자 아닌 삶을 시작하게 되었다. 변한 건 아무것도 없다. 그냥 씩씩하게 테이프를 잘랐던 엄마가 너무 많이 보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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