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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승환 Jun 10. 2024

어떤 지역재생이어야 하는가?

상권 조성이 아니라 지역 주민이 세대를 이어 살아갈 수 있는 지역 재생


두리반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 <파티51>을 만들고 최근 <로컬 젠트리파이어 전성시대 - '핫플 과잉'이 앞당기는 지방소멸>을 발간한 정용택 형 덕분에 소셜미디어 타임라인에서 지역 재생 관련 글을 자주 보게 된다. 


[로컬 젠트리파이어 전성시대 - '핫플 과잉'이 앞당기는 지방소멸] 정용택


나 또한 안동이라는 지방 출신이고 대구에서 영화 활동을 시작했고,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역 영화 제작과 영화 상영, 그리고 영화관 설립 운동 등을 고민하고 있기 때문에 관심이 많은 의제라 챙겨 읽게 된다. 


'지방 소멸'이라는 현상이 대두되니 지역 문제가 더욱 중요해 진다. 문화예술 정책에서도 지역 문화예술은 오랜 과제이기도 하다.


이 의제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건 지방의 상권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지는 것이 지방 소멸의 대안이 아니라, 지방을 사람이 살만한 곳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어떻게 사람이 살만한 곳으로 만들 것인가라고 단순하게 질문해선 안 된다. 누군가 혼자서 잠깐 살다가 떠나는 곳이 아니라, 가정을 이루고 계속 살아가도 되겠다 싶은 삶의 터전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질문하고 답을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문제도 해결해야 하고, 사회적인 문제도 해결해야 하며, 문화적인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먹고 사는 것 뿐 아니라 즐길만한 곳이어야 하고 오늘보다 내일 내 삶이 더 풍부해지고 나아지는 곳이라고 생각해야 하니까. 


이곳에 살아도 내 꿈을 이룰 수 있겠다고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것, 내 꿈만이 아니라 내 아이의 꿈도 이룰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살 수 있게 하는 것, 이런 게 지방 소멸에 대응하는 정책 논의의 기반이 되어야 한다.


사람들이 놀러 오는 관광지가 되면, 이 문제가 해결될까. 


관광지가 되면 이 곳이 나와 내 아이가 꿈을 꾸고 꿈을 이루며 살아가는 터전이 되겠다고 생각하게 될까. 그런 사람이 하나도 없을 것이라고 말하지 않겠다.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 나의 꿈은 건물주.


종종 보는 유튜브 중에 이탈리아의 소도시를 걸으며 관광하는 채널이 있다. 움브리아 주의 아주 작은 마을들. 관광지로서는 최적으로 보이는 아담한 성과 사람이 사는 마을이 있다. 



이런 곳들에 사람이 살게 하기 위해서는 관광지로 유명해지도록 상권 개발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곳으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사람이 거주하면서 건물들이 더 오래 유지되도록 하고, 사람들이 관광을 왔을 때 편안하게 둘러 보고 먹고 즐기다 갈 수 있게 하는 것. 여기 사는 사람들이 이곳이나 인근 지역에서 경제 생활을 하며 살 수 있게 하는 것. 이런 것들이 중요하다. 


더 이상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니구나 싶게 살아가는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 곳이 되면 관광지로서의 가치는 사라진다. 그냥 오래된 건물이 있는 곳이 될 뿐이고 놀러가기엔 무서울 수 있는 곳이 될 뿐이다. 


지방 소멸을 막으려면, 주말에 놀러갈 상권이 아니라 지금 사는 곳을 떠나 살 수 있는 곳으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이곳에 살면서 불편할 수 있겠지만 그 불편을 감수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드는 것.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살만한 곳으로 만드는 것. 그것이 필요하다. 


살다 보면 나를 이곳에 유혹한 것이 껍데기인지 알맹이가 있는지 금새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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