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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승환 Jan 26. 2024

영화관입장권 부과금 폐지되면 관람료가 낮아질까

영화관입장권 부과금 폐지가 영화발전기금 등에 미칠 영향

지난 1월 17일 윤석열 대통령이 촉발한 영화관입장권 부과금 폐지 논의는 경우에 따라서는 2007년부터 시작된 영화발전기금의 재구조화를 넘어 1999년 시작된 영화진흥위원회 체계를 흔드는 일이 될 수 있어 매우 우려된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대부분의 언론은 영화관입장권 부가금이 폐지되면 관람료가 싸질 것처럼 보도한다. 하지만 실제로 부과금 폐지는 관람료 인하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 입장권 가격 15,000원 기준으로 3%면 부과금은 450원이다. 언론은 이 금액이 '그림자 세금'이라며 이만큼 가격이 낮아질 것처럼 보도하지만, 현실성은 그리 높지 않다. 부과금이 450원이니까 이 금액을 빼면 14,550원이 되는데, 진짜 관람료가 500원이나 50원 단위로 인하될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부과금 450원이 빠진다고 당장 관람료가 1천 원 인하할 가능성도 크지 않아 보인다. 그냥 요금은 그대로 받고, 부과금 금액만큼을 영화관과 배급사가 분배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정리하면 관객에게는 별 실익이 없을 것이란 말이다.


그런데 왜 갑자기 영화관입장권 부과금 폐지 이야기가 나올까. 이 이유를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코로나 이후 입장권 부과금이 제대로 걷히지 않으면서 영화발전기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우려가 계속 있어왔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문위원 보고 중 '영화발전기금' 부분


작년 국회에서 영화발전기금 예산안을 논의할 때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문위원은 영화발전기금의 '안정적 기금 운용을 위한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검토보고를 제출했다. 주요 내용은 "영화산업의 구조적 변화로 영화발전기금의 재원 확보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고, 이와 동시에 영화산업의 환경 변화에 적시 대응하기 위한 지원 필요성도 더욱 커지고 있다. 그래서 다각도의 재원 확보 방안 마련을 비롯해 기금의 안정적 운용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국회에 제출된 대책으로는 첫째, 영화부과금의 부과 범위를 OTT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포함하여 영화발전기금의 재원 확보를 위한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관련 부처·업계의 의견수렴과 사회적 합의 도출 등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둘째 다른 기금으로부터의 전입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 셋째, 일반회계를 통한 재정지원 확대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 등이 제시되었다.


2024년도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관 예산안 예비심사보고 부대의견 중


실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2024년 예산안 예비심사보고서의 부대의견으로 "문화체육관광부는 영화발전기금의 재원 확보를 위해 OTT 업계의 수익을 기금 수입에 반영할 수 있는 방안 등을 검토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렇게 영화발전기금 관련 논의는 입장권 부과금뿐 아니라 다른 방식의 재원 조달 방안이 함께 논의되는 게 바람직하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의 발표는 영화발전기금의 안정적 기금운용이라는 당면 과제는 쏙 빼고, 영화발전기금의 거의 유일한 재원인 영화관 입장료 부과금을 폐지하겠다는 것만 있다.


입장권 부과금 폐지에 충분히 논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논의가 영화발전기금의 존치 논란으로 이어지는 건 경계해야 한다. 영화발전기금은 여전히 중요하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영화발전기금을 통해 사업을 하는데, 영화발전기금 존치 논란은 영화진흥위원회의 존재 여부와도 직결될 수 있다.


영화관입장권 부과금은 영화인이나 관객들이 원해서 만들어진 제도는 아니다. 이유불문하고 존재해야 하는 정책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부과금으로 조성되어 온 영화발전기금 문제는 다르다. 영화발전기금의 미래는 정부만의 의지가 아니라 영화계와 정계가 함께 고민해야 할 주제다.


입장권 부과금을 넘어 영화발전기금의 현재와 미래의 역할에 대해서도 풍부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하나 더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는 영화진흥위원회가 기금이 고갈된다는 식의 토로 외에 영화발전기금을 다각도로 조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은 영화발전기금의 조성 방법 중 하나로 '개인 또는 법인으로부터의 기부금품'을 두고 있다. 기부금품을 받기 위해서는 기부금을 받고 기부금만큼 법인세 감면 등 세제 혜택을 줄 수 있어야 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기부금 사업 안내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공익법인으로서 기업이나 개인의 기부금에 대해 세금 감면을 시행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기업과 개인의 기부금을 모금하고 이 기부금을 예술인과 예술단체에 지원한다. 하지만 영화진흥위원회는 이런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저 입장권 부과금에만 기댔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지금이라도 스스로 영화발전기금을 늘여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정부의 출연, 타 기금의 전입 등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영화진흥사업을 하는 주체로서 넷플릭스, 디즈니, 워너브라더스 등 글로벌 기업이나 영화 등 콘텐츠 사업을 하는 대기업, IT기업 등으로부터 기부금을 받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렇게 스스로 존재의 필요성을 증명하는 것도 필요하다.



원승환

서울 홍대입구에 위치한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한국영화산업과 독립․예술영화, 글로벌 영화산업에 대해 글을 씁니다. 일반적인 관점과 다른 관점의 글을 쓰고자 합니다. 과거 글들은 블로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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