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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아루츠키 Jul 20. 2022

스쳐 지나던 자금성故宫

[回梦到北京] 바로 옆에 두고도 

可是换个角度来看,正因为是一张白纸,才可以随心随意的描绘地图。一切全在你自己。对你来说,一切都是自由的,在你面前是无限的可能。这可是很棒的事情啊。

——东野圭吾《解忧杂货店》


그러나 다른 시각으로 보면 백지상태라서 지도를 마음대로 그릴 수 있다. 모든 것은 너 자신에게 달렸다. 당신에게는 모든 것이 자유롭고 당신 앞에서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이건 정말 멋진 일이다.

-히가시노 게이고(해우 잡화점)





처음 베이징에 도착했을 땐 너무나 추운 겨울이었다. 두 시간 만에 날아간 도시라기엔 서울과 너무 다르게 춥고 눈도 발목까지 쌓였고 낯설고 몰라서 더 춥게 느껴졌던것 같다. 세상엔 절대라는 단어는 없다고 했던가, 공산주의가 무서워 절대 안 갈 거라던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서의 삶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남편은 회사 파견으로 인해 베이징 어학당에서 공부 중이었고, 나는 남편이 잡아준 모텔 같은 호텔에 짐을 풀었다. 호텔이라면서 주변엔 갈 수 있을 만한 곳들이 아무 데도 없었다, 옛날 시골 같은 느낌의 슈퍼마켓, 뭔지도 모르겠는 걸 파는 작은 음식점... 여기가 어디냐..


오빠 여기가 어디야?

몰라, 우리 학교랑 가까워서 잡았어

에?


베이징에 온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남편에게 난 너무 많은 것을 요구했던 것 같다. 내 눈에는 남편은 다 잘 알고, 똑똑하고, 듬직한 사람이라 그런 사람 입에서 모르겠다는 말이 나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생각해보니 한달밖에 안된 사람이 뭘 알겠는가 싶기도 하고, 남편은 생전 처음 배우는 중국어 공부에 다른 걸 쳐다볼 기회가 없었다. 그냥 남편이 있으니까하는 생각에 여행책자 하나 덜렁 들고 와서 아무 계획이 없던 내가 잘못했던 것이다 그런데다 하필 나는 호텔에서 먼 예술단지나, 외국인이 많이 모인다는 이태원 같은 싼리툰을 가고 싶어했으니 남편은 내 니즈를 몰랐고, 나는 남편을 몰랐다.


이후에 계속 같이 살다 보니 여행 일정과 계획은 내가 잡고, 남편은 내가 가고 싶어 하는 곳을 따라다녔다. 어떤걸 선택하게 하는 걸 끔찍하게 싫어하는데 아마 남편 성격상 모르는 분야에 대해 결정하는 것이 부담스러워하는 타입이었던 것이다.



베이징의 올드타운인 후통(胡同 ; 골목) 자금성(1환) 옆인 2환에 분포되어 있으며 옛가옥을 보존하고 있다. (사진출처:샤오홍슈小红书)


그리고 베이징에 살게된지 2년 정도 시간이 흐른 뒤 알게 된 사실은 묶었던 그 호텔은 바로 자금성 바로 옆에 있는 후통에 위치한 호텔이었다. 남편은 책에서만 봤던 자금성이 바로 옆에 있는지도 몰랐었던 것 같다. 다른 좋은 호텔들도 많았는데 익숙하지 않은 환율차이로 인해 가격대에 맞는 호텔을 찾는 것도 실수한 듯 했다. 


나중에 돌아다녀보니 자금성 주변에 유명한 호텔 체인도 많았고 그 위치는 화려한 볼거리가 많은 왕푸징이었고, 나는 그와 반대쪽인 후통근처의 호텔이라 주변에 소시민들이 거주하는 곳이었던 것. 그 낡은 슈퍼마켓과 음식점 같은 곳들이 가득한 후통(胡同 골목)이 베이징에서 살면서 쉴 새 없이 들락거리는 방앗간이 될 줄이야 그 당시에는 몰랐다


우리는 자금성이라는 베이징의 상징적인 곳을 가까운 곳을 바로 옆에 두고도 알아보지 못했다. 보석은 그 자체로도 빛나지만, 누군가 의미를 붙여줄때 제 자리를 잡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한국엔 없는 올드타운과 뉴타운의 의미를 알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처음엔 옆에 두고도 소중함을 모르다가 스며들며 사랑에 빠지게 된 후통(胡同) (사진출처:샤오홍슈小红书)








자금성故宫 (사진출처:샤오홍슈小红书)




故宫博物馆 Forbidden City-The Palace Museum


add. 北京 东城区 景山前行4号

No.4 Jingshanqian Street, Dongcheng District, Beijing 100009 China

public transit. 1号 天安门东 B东北口 / 1호선 티엔안먼동역  B동베이출구

business hours. 8:30 - 16:30 (입장객 마감 15:40)

charge. RMB 60




자금성(故宫)은 베이징의 가장 중심부이고 심장 같은 역할이다. 모든 도로는 자금성을 중심으로 돌며, 베이징 역시 자금성을 중심으로 동그란 모양으로 만들어졌다. 모든 것은 자금성에서 시작되었다. 우리의 이야기도, 우리의 마지막도. 


다들 자금성(故宫)에 뭐하러 가냐고 핀잔을 줬다. 크기만 하고 아무 감흥이 없다면서. 나는 지레 그말을 듣고 5년동안 한번도 못갔다 이유는 많았다. 징샨공원(景山公园)에 가면 볼수 있는데 뭐, 하루 입장객제한이 있어서, 혼자가기 싫어서.. 등등 결국 베이징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남편과 추억사진을 찍으러 가서 알게되었다. 


남의 말은 그 사람의 것이라는 것, 내가 경험하지 못하면 내것이 아니라는 것, 


나는 자금성(故宫)이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다. 미지의 세계를 좋아하는 나는 자금성(故宫)에 들어가자마자 커다랗고 다양한 색채가 가득한 옛궁궐에 마음을 뺏겼다. 전세계에서 유일무이하다는 빨간벽도 너무 멋있고, 석조로 만든 계단의 웅장함도, 골드컬러의 유리 기와도 아름다웠다.  파란 하늘 아래서 존재감을 뽐내는 자금성(故宫)이 너무 멋있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건 왕의 후원이었다. 앞쪽엔 나무 한그루 없이 건축물로 앞도했다면, 경산공원쪽 왕의 정원은 아담하지만 유려하고 고급스러워 아름다웠다. 초록의 숲과 골드컬러의 유리기와, 빨간색의 벽, 레고처럼 만들어진 어화원(御花园), 액자처럼 아름다운 정자, 이 모든 조합은 너무 이쁘고 매력적이다 라는 말 왜엔 딱히 떠오르는 말이 없었다. 왜 남의 말만 듣고 내 의견도 없이 그 많은 시간동안 자금성을 한번도 못 온것인지 후회되었다. 



동화문 근처 (사진출처:직접 찍은사진  샤오홍슈小红书)


유난히 자금성의 동화문(东华门) 앞길을 좋아했다. 동화문 앞은 다른 문들과 다르게 관광지 특유의 기념품샵과 음식점들이 많아 항상 시끌벅적하고, 오래된 고목이 품어주는 안정감이 좋았다. 특히 동화문을 바라보며 먹는 프렌치 음식점인 TRB를 무척 좋아했고, 아침 8시부터 유난 떨며 달려간 베이징덕(烤鸭) 음식점인 스지민푸(四季民福)의 창가자리를 좋아했다. 동화문의 위쪽 각루(角楼)옆 해자(垓子)가 난 길을 걸으며 선인묘(宣仁庙)의 빨간 벽 앞에서 사진 찍는 걸 좋아했고, 동화문 아래쪽으로 걸으며 왕푸징(王府井)으로 가는 길을 사랑했다. 그러다 우연히 샤오홍슈를 보고 발견한 난띠즈미술관(南地子美术馆,구 합예술중심)은 애정도에 정점을 찍었다. 아직 가보지 못한 난방(南方)의 정원을 그대로 옮겨닮은 이곳은 추후 샤오싱(绍兴)과 쑤저우(苏州)를 여행하게 만드는 키(key)가 되었다. 바로 옆에 두고도 몰랐었던 사람 치고 너무 빠르게 사랑에 빠졌다. 원래 늦바람이 무서운 거라고 했다. 




구궁(자금성) 인근 애정 맛집

*검색은 중국맛집 어플 大众点评따종띠엔핑에서 검색할 수 있음


TRB Forbidden City(故宫店) : 동화문东华门바로 앞에 있는 프랑스 퀴진 

add.东华门大街 95号

reservation. 微信 ID : trbreservation1(ordering) 또는 大众点评 예약가능

business hours. 11:30-15:00, 17:00-22:00


四季民福烤鸭店(故宫店) sìjìmínfú :동화문东华门이 이쁘게 보이는 베이징덕 음식점

add.南池子大街 11号

reservation. 현장 웨이팅만 가능

business hours. 10:30-21:30 (8:30분부터 입장가능/주문은 10부터가능)


全聚德。中轴食礼 quánjùdé : 전취덕에서 만든 중국전통디저트 전문점

add.前门大街 30号

reservation. 현장 웨이팅만 가능, 大众点评에서 할인가능

business hours. 10:30 - 21:00


구궁(자금성) 인근 놀거리


경산공원 景山公园 - 자금성이 한눈에 보이는 공원

베이하이공원北海公园 - 자금성과 경산공원에 옆에 위치한 큰 인공호수 공원 흰 백마사탑이 유명하다

왕푸징王府井 - 쇼핑할수 있는 몰과 호텔이 많고 먹거리가 많은 곳

베이징팡北京坊 - 치엔먼따지에 옆에 새롭게 만든 새로운 건축물과 음식점이 많은 곳



탕후루 (사진출처:샤오홍슈小红书)


탕후루(糖葫芦)도 그랬다. 어학당에서 만난 에스더가 언니 탕후루 먹어봤어요? 진짜 맛있어요라고 말할 때도 설탕이 가득한 모습에 질색했다. 이빨 썩어, 너무 달꺼같아 라며 눈길도 안 줬다. 탕후루에 한 개도 아닌 6-8개 달려있는 과일도 너무 많았다. 놀러가는 유명 관광지에는 탕후루를 꼭 팔았다. 언제든 손을 내밀면 바로 먹을 수 있는 간식이었다. 그럼에도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날 지혜가 치엔먼 근처에서 언니 한 개만 먹어봐라고 하며 딸기 탕후루를 나눠주었다. 베이징 생활도 어느정도 익숙해진터라 그래 한 개쯤은 괜찮겠지 하며 먹는데 아삭바삭거리는 설탕과 달콤한 딸기의 조합은 놀라울 만큼 맛있었다. 분명 맛있는 조합인데 왜 안먹으려 했을까? 한번쯤은 도전했어도 좋았을텐데. 먹을 때 굳은 물엿이 깨져나가는 식감도 일품이었고 생각보다 달지 않았으며, 딸기는 딱 맛있는 당도로 신선했다. 어머 이거 왜 이렇게 맛있어? 하며 난 또 늦게 사랑에 빠졌다 매일 탕후루를 찾아댔고, 우리 동네엔 왜 안 파냐며 투덜거리다가 결국에는 동네에도 탕후루 파는 집을 찾아내었다. 그러다 충치가 잔뜩 생겼지만, 역시 늦바람은 무서운거다



바로 옆에 두고도 찾지 않았던, 몰랐던 것들이 많다. 어쩌면 편견이라는 꼰대스러움에 묻혀버린건 아닐까,

나의 사고에 갇혀 듣지도, 보지고, 배우려하지도 않은건 아닐까 반성해본다.






우리의 마지막 베이징의 일정은 구궁에서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한국과 분명 가깝지만, 먼 곳이었다. 바로 옆에 두고도 안 가는 나라였다. 절대라며 부정적이었다.

그곳에서 6년의 시간을 보내고 조금씩 바뀌었다. 아니 스며들었겠지. 이방인으로, 외국인으로 그들의 삶을한발자국 떨어져서, 정치적으로 희생당하는 사람들을 보며, 그럼에도 용기내는 삶을 보며, 그리고 매일을 열심히 살아가고 작은 것에도 만족할 줄 아는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의 삶이 얼마나 잘났기에 중국 사람들을 폄하한 걸까 하며 반성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다.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들이 있다. 남의 말만 듣고, 직접 겪어보지 않은 것들을 말할 수 없다. 남의 말은 그 사람의 주관일 뿐이다. 내가 경험했을 때 달라지는 것들이 있다. 좋았던게 나쁠수도 있고, 더 좋아질 수도 있다. 내 삶을 다른사람의 말로 쌓으며 살아가는 건 내 삶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분명 다른 사람의 말을 귀울이고 경청해야하지만 결국 판단은 나의 몫이고 이런것들이 쌓여 나의 길을 만드는 것이기에 내 경험이 바탕이 되어야 진짜 나의 삶이 완성되는 거라 생각한다. 나에게 안 맞다고, 나에게 필요 없다고, 나랑 다르다고 배척하고 폄하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다 자기 자리에선 귀중하고 빛나는 것들이다. 나도, 그들도. 


바로 옆에 두고도 잃어버리기 전까지 모르는 것들이 있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 매일 아침 눈을 뜨며 맞이하는 아침, 책임이 따르는 자유, 사랑하는 가족,나와 함께 웃고 울어주는 친구들... 돈보다 중요한 것들이 분명 다 곁에 있는데 매일의 지루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어버린다. 평범함에 속아 행복이라는 걸 까먹는다. 작은 것이라도 내 옆에 있는 것들을 잘 보살피고 챙겨야겠다. 잃어버리면, 빼앗기면 다 후회가 되고, 아쉬움만 남으니까. 그 여한이 없도록 오늘도 하루를 잘 살아야겠다. 사랑하는 사람과 손을 잡고 오늘도 고맙다고 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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