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回梦到北京] 롤러코스터의 도착지
그녀는 시간을 뛰어넘어 우주의 가장 원시적인 구성 요소인 분자와 원자로 변했을 뿐입니다. 천천히 당신 주변의 다른 것으로 재구성되었죠. 이후에 당신을 위해 바람과 비를 막아줄 큰 나무는 그녀이고, 당신을 위해 추위를 견뎌줄 스웨터는 그녀랍니다. 당신이 피곤할 때 보는 책상머리의 벽에 걸린 장식 역시 그녀입니다.그녀는 당신의 가족이라는 신분은 사라졌지만, 사실 그녀는 어디에나 있어요. 그녀는 떠났지만 사방에 흩어져있죠.
왕징에선 혼자만의 자유시간이 많았다. 한국에서 바쁜 회사생활만 해오던 나에게 강제적 휴식이 된 베이징에서의 자유는 혼란스러웠고 갑작스러웠다. 이렇게 마냥 쉬어도 되는걸까, 하루 이틀이 지나면서 알게된 건 언어가 통하지 않아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고, 취업비자가 없이 일하다 걸리면 추방된다는 것이었다. 노는것도 하루 이틀이지 점점 창살없는 감옥에 같힌 느낌이랄까, 놀아본 적이 없으니 자유가 주어져도 자유를 쓸줄 몰랐다. 자유를 얻었지만 동시에 쓸모없는 이라는 단어도 얻었다. 존재의 가치와 내 삶의 방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고작 언어가 안 통한다는 이유로 이렇게 존재의 쓸모가 무력해지는 것에 좌절감을 맛봤다. 그때 어떤 중국 노래가 들렸다.
就算生活会让你失望 悲伤成河也逆流而上 希望你爱他也可以爱自己 ..别弄丢了最珍贵的你 希望你知道所愿与所要 明白勇敢的重要 希望你自由自在的笑 <尹姝贻- 逆流而上的你>
삶이 널 실망시켜도, 슬픔이 강물을 이루어도 강을 거슬러 올라가. 네가 그를 사랑하는 것도 너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을때 가능해. 가장 소중한 널 잃어버리지 마. 네가 소원하는 것과 바라는 것을 알기를 바래. 용감한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해. 자유롭게 웃길 바래
이 노래를 들으며 희망(希望)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었다. 희망이라는 단어는 어떤 일을 이루거나 하기를 바람. 앞으로 잘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말하는 사전적 용어인 줄 알았는데 용기라는 에너지를 주는 희망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뜨거운 단어인지 이해하게되었다. 돌이켜보니 13년전 내 고양이 하루를 만나고 그 의미를 향해 살아왔던것 같다.
첫 고양이였던 하루는 내가 희망하는 삶으로 살아가길 바랬고, 내가 책임감을 갖고 그렇게 나가도록 인도했다. 희망이라는 단어는 어떤 일을 이루거나 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어떤일을 이루거나 하도록 용기를 내도록 하는 단어였다.
희망이라는 단어는 하나아루츠키가 떠난 날 우리가 이 절망 속에서 흔들지 않길 희망한다고 그날의 일기에 처음 썼었다. 롤러코스터같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였고, 삶의 의미였던 하루,나츠 아키의 부재에 무너진 나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을거라는 믿음과 오빠와 내가 함께 이겨낼 수 있을거라는 용기를 내포하고 있었다.
이제는 곁에 없지만 나의 소중한 하나아_루츠키에게 내가 정말 힘들 때 곁에 있어줘서 고맙고, 내가 잘 설장할 수 있게 만들어줘서 고마웠다고, 거친 풍파같던 내 삶에 빛이 되어줘서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지금은 우리 곁을 떠나 우리의 삶, 우리의 물건, 나의 기억 속에 사방으로 흩어져 스며들었고 나의 삶과 일상이 되었다. 아이들이 떠났다고해서 지난 13년은 잃어버린게 아니라 오롯이 내 안에서 가장 밝은 별이 되었다. 내가 이 슬픔에서 잘 버텨내고 아이들이 나에게 남긴것들이 잘 버무려지길 희망한다
변화무쌍한 롤러코스터 속에서도 잘 적응하고 지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한국인 입맛에도 잘 맞았던 중국음식에 있다. 고수(香菜 샹차이)를 싫어하시는 분들은 힘들어하기도 했지만 샹차이를 빼거나 안들어간 음식도 많아서 골라먹을 수 있는 영역이 크고, 중국 음식 외에도 한국 음식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또 서양의 음식 맛집도 많은 곳이라 낯선 삶에서 익숙한 맛을 찾을 수 있어서 후에 이런 경험들이 요리에 관심을 가지게 만드는 브릿지가 되었다
동그란 춘빙에 갖가지 중국 요리를 넣고 싸먹는 라오라오춘빙(姥姥春饼), 대륙요리를 과하지 않게 풀어낸 이쉬엔지아오즈(一轩饺子), 코코넛 밀크티가 맛있는 이디엔디엔(一点点), 주말 아침 해장하고싶을때 만두국의 일종인 훈툰을 찾았던 칭펑바오즈(庆丰包子), 보성화팅 상가에 숨겨져있던 일식이자카야 다락방의 생맥주, 화자띠의 해산물과 샤오롱샤맛집 팡즈롱샤(胖子龙虾)와 맛있고 핫한 새우훠궈인 바슈왕포따시아(巴蜀王婆大虾), 가성비 값인 베이징덕 맛집 따야리(大压力)와 시지민푸(四季民富) 그리고 따동(大董烤鸭) 코로나를 이기지 못하고 없어져버린 기린사 운남버섯훠궈,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화지아오 라즈지(辣子鸡)를 먹을 수 있는 왕징 1하오(望京1号), 중국인 커뮤니티에서 맛집으로 선정된 798예술구의 폴아저씨네 면집(泡的面馆) 화리엔 지하의 마라샹궈(川成元), 미국에 가지 않아도 현지맛으로 먹을 수 있는 야미박스 시카고 피자(美盒比萨)등등
왕징 인근 애정맛집
라오라오춘빙(姥姥春饼)
이쉬엔지아오즈(一轩饺子)
칭펑바오즈(庆丰包子)
팡즈롱샤(胖子龙虾)
바슈왕포따시아(巴蜀王婆大虾)
왕징 1하오(望京1号)
폴아저씨네 면집(泡的面馆)
야미박스(美盒比萨)
삼천냉면(三泉冷面)
왕징 인근 놀거리
798 Art Zone
INDIGO(颐堤港)
丽都
东风国际花卉市场
그중 가장 신기했던 건 삼천냉면(三泉冷面)의 연변식 조선족 냉면이었는데 함흥냉면이나 평양냉면과는 또 다르게 새콤하면서 탄산이 있는 중독적인 맛으로 새콤하고 달콤한 꿔바로우와의 궁합이 엄청나게 좋았다. 외국에 나가서 제일 아쉬운 음식이 곱창과 냉면이었는데 연변냉면은 아쉬움을 달래기 충분했고 더 나아가 팬심을 부르는 독특함이 있었다. 냉면 질긴 식감이 해외에선 좋아하지 않는다고하는데 중국인들도 찾아먹는 삼천냉면의 웨이팅을 보면 냉면도 그나라 스타일에 맞게 만들면 모두 좋아할 음식이 될수 있다는걸 알았다
그리고 중국에도 떡이 있어서 놀랐던 적이 있다. 떡을 찾아 먹는 타입은 아니지만 해외에 나가면 떡을 먹을 수 있는 경험치가 적어 오랜 해외 생활 중 그리운 날이 가끔 있었다. 중국에 떡이 있다는건 치엔먼 앞 양메이주시에지에 (杨梅竹斜街 양매죽사가)를 걸다가 우연히 관광지에서 발견한 옛전통 먹거리집에서였다. "와 중국에도 떡이 있어"하며 너무 반가워하며 몇통을 집어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 후 떡을 먹고 싶은날이라도 매번 치엔먼까지 갈수 포기하는 날이 많았는데 어느날 친구가 꼬치집에서 이것저것을 시키더니 마지막에 홍탕츠바라는 품목을 시켰다. 잠시후 눈앞에 놓인 떡에 깜짝 놀랐다 인절미 같은 모양에 갈색 설탕시럽이 뿌려진 홍탕츠바는 한국의 인절미와 비슷한데, 튀겨진 떡이 쫄깃하면서 바삭하고 고소한 콩가루와 달콤한 홍탕시럽이 뿌려져서 맛없을 수 없는 조합이었다. 그 이후 홍탕츠바는 매콤한 훠궈에도, 양꼬치에도 시도때도없이 짝꿍처럼 시켜댔다.
음식이 힘들면 해외 생활이 어렵다고 한다. 다행히 같은 문화권이기에 중국 음식에서 한국의 익숙한 맛을 찾을 수 있었고 새로운 음식에도 거부감이 적어 잘 먹고 잘 적응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왕징에 대한 이야기는 어떻게 써내려 가야할지 많이 고민했다. 나에겐 행복하기도, 슬프기도, 아프기도한 곳이라 울지않고, 멈추지 않고 담담하게 써내려가는게 꽤 커다란 용기가 필요했다. 과거를 쓴다는 것 자체가 겨우 안정된 내 삶을 뒤흔드는 일이기때문이다. 베이징 왕징은 우리 가족이 6년을 고스란히 살아냈고, 사드와 코로나를 견뎠고, 내 사랑하는 고양이 13살의 하루, 8살의 나츠, 7살의 아키를 고양이 별로 묻은 아픔도 함께 섞여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애정만큼 슬픔의 크기도 커서 왕징편을 제일 마지막으로 미루고 싶었다. 그러기엔 왕징에서부터 써내려가야하는 것들도 많았다. 기쁨과 슬픔, 즐거움과 좌절, 오롯이 혼자 해내야하는 삶은 처음이라 많이 무너졌고, 쓰러졌지만 결국 스스로의 삶을 챙기는 방법을 알게한 소중한 곳이기도 하다. 롤러코스터를 고스란히 겪으며 도착지는 결국엔 용기라는 희망을 깨달은 곳, 왕징이었다.
- 그리움이 담담함이 되어 적는 나의 왕징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