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回梦到北京]타바코 향이 짙게 깔리는 5월의 개오동나무
I know I'm not good enough. When wemeet people like the sun, we can'tcatch up. But we can learn the waythey run and move forward a few stepsEven if they lose their shadow,at leastthey have been bathed in the sun.In thefuture, we will live like light.
스스로 충분히 훌륭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태양과 같은 사람들을 만났을 땐, 우린 따라잡을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이 달리는 모습을 따라 할 수 있고, 몇 걸음 앞으로 나아갈 수 있고, 마지막에 자취를 잃더라도 적어도 햇빛은 받아본 적이 있다. 미래에 우리는 빛처럼 살 것이다.
하늘은 높고 푸르르며 따뜻한 바람이 살랑인다. 화려한 입구를 지나면 양쪽에 크고 높은 나무들이 울창한 잎을 내세워 그늘을 만들어 준다. 저 앞에 빨간 문을 지나선 매캐하고 진한 향이 가득하다. 새들을 명랑하게 지저귀고 사람들은 서둘러 향을 받아 든다. 내가 용허궁에 가는 5월 11일경에는 항상 이런 느낌이었다. 용허궁엔 향을 피우며 기도하는 사람들이 늘 많았고, 우리도 그 인파 중에 하나였다.
나츠는 나에게 좀 특별한 고양이었다. 내 모든 고양이든 다 특별했지만 나츠는 좀 아픈 손가락이었달까, 처음 나츠를 보게 된 건 고양이 카페에 입양자를 모집하는 글에서였다. 고양이가 웃고 있는데 너무 귀여웠다. 첫째 하루가 외로울까 봐 데리고 왔던 나츠는 하루랑 성향이 너무 안 맞았다. 나츠는 고양이를 좋아하는데 하루는 고양이를 싫어했기 때문이다. 성향을 모르고 데려왔지만 다시 파양 할 수 없어 같이 키우며 어찌어찌 살다 보니 하루와 나츠 둘 다 내 껌딱지가 되었다. 내가 바란 건 둘이 찐친이 되는 거였는데. 나츠는 어릴 때부터 개구쟁이였다. 장난도 잘 치고 놀기도 잘 놀았다. 어디 하나 아픈데 없이 너무나 잘 커주어 나츠는 그저 데리고 왔더니 잘 컸다는 말이 어울렸다. 단지 하나 낯섦을 무서워했는데 인터폰소리도, 택배아저씨 발자국도, 수도관 검사 아줌마도 다 무서웠던 나츠가 처음부터 잘 받아들인 건 남편이었다. 너무 신기하게도 남편이 남자친구였던 시절 집에 뭘 가지러 들어갔는데 너무 신기하게도 나츠가 남편을 보자마자 안기면서 청바지를 껴안았다. 저런 애가 아닌데 하면서 신기해했었는데 나츠는 그때부터 남편이 맘에 들었던 거 같다. 어쩌면 우리는 나츠가 이어 준걸지도 모른다고 후에 얘기를 했었다. 낯섦이 무서운 나츠는 이사할 때마다 항상 어디론가 숨기 바쁜 아이였다. 해외생활에 신중했어야 했는데 그땐 고양이도 처음 키우고 비행기를 태우는 것도 처음이다 보니 아이들을 데려갈 생각만 하고 나츠의 반응을 미처 챙기지 못했다. 결국 비행기를 타고 중국에 도착해서 적응하기도 전에 고양이별로 돌아가버렸다. 그때 너무 나 큰 죄책감과 미안함 좌절감 우울함 모든 비극적인 감정을 다 겪었던 것 같다.
우리가 용허궁에 가서 기도를 시작하게 된 건 둘째 고양이 나츠가 고양이별로 돌아가면서부터이다. 어떻게든 죄책감으로부터 용서를 받고 싶었고, 나츠에게 미안한 감정을 달래고 싶었다. 남편과 알아보다 베이징에서 가장 크고 기도를 잘 들어준다는 용허궁에서 매년 나츠를 위해 기도를 해주기로 했다. 아마 이때 용허궁을 가지 않았더라면 베이징에 사는 내내 마음속의 죄책감과 우울감이 크게 짓눌렀을 것이다. 그 이후 하루도 기도해 주었고 아키는 아쉽게도 코로나 때문에 기도해주지 못했지만 맘속으론 용허궁에서 우리 아이들 모두 잘 보살펴주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우리가 베이징에 마음을 맡기고 온 곳이기도 하다.
add. 北京市东城区雍和宫大街 28号
business hours. 冬春季11月1日至3月31日:09:00-16:30(16:00止票,16:30清场) ;夏4月18至10月31日:09:00-17:00(16:30止票,17:00清场)
charge 入场费. Free 免费 무료
용허궁 건물 사이엔 스모키 한 꽃향기가 진하게 풍기는 나무가 있다. 아마 12달 내내 향을 피우기 때문에 향냄새 아니야라고 할 수 있겠지만 향냄새와는 다른 타바코의 쌉싸름한 향과 아카시아 같은 청량 하면서 풍성한 향을 내뿜는 나무가 있다. 찾아보니 개오동나무라고 한다. 수목은 꽤 오랜 시간 그 자리에 있었는지 드높고 크며 꽃을 피우면 엄청 화려하다. 화려하지만 단단한 용허궁이랑 잘 어울린다. 단정한 종모양의 꽃은 유려한 물결을 가지고 있고, 꽃안쪽은 화려하다. 향이 없을 것 같은데 독특하면서 풍성한 향을 가지고 있다. 용허궁이랑 닮았다. 베이징의 여름은 4월 말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5월에도 이 개오동나무의 꽃을 만날 수 있었다. 그렇게 깊고 조용히 은은하게 향을 풍기며 우리 아이들을 지켜주고 있어서 좋았다. 한국에선 6-7월 사이 꽃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베이징에 살았을 때는 항상 현실을 살았다. 아마도 한 치 앞도 모르는 미래를 꿈꾸기 어려웠기 때문에 더욱 현실, 지금을 살아낼 수밖에 없었다. 그때 배웠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내는 방법을. 삶을 계속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말이다. 인생을 결코 쉽지 않고, 삶은 누구나 다 어렵다. 내가 나를 믿는다면 불안하고 막막해도 매일의 평범한 하루가 모여 분명 빛나는 나를 만나게 해 줄 것이다. 모든 건 마음의 태도에 따라 달라진다.
한국에선 회사에서 허우적거리며 계속 위로 올라가는 삶을 꿈꾸었다면, 베이징에는 지금 현재, 그 자리에서 잘 사는 방법을 배웠다. 지금을 잘 살아야 내일을 살아갈 수 있는 삶이었기 때문이었다. 낯선 식재료 사이에서 맛있는 것 고르기, 한국어로도 잘 모르는 고기를 부위에 따라 잘 사기, 이상한 성조로도 택시 타고 집에 잘 오기. 어려운 중국어를 읽어가며 인터넷으로 용품 구입하기 등 , 너무 쉬운 인터넷 쇼핑조차도 항상 이상한 물건이 배달되어 버리기 일쑤이기 때문에 지금에 집중해서 잘 선택하는 이 작은 성공에 성취감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견뎠다. 실패하게 되면 낯선 언어로 씨름을 하는 게 더 힘들었기 때문에 돈을 포기하는 게 더 빨랐다.
어느 순간부터 미래를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아마 우리에게 미래는 사치스러웠던 것 같았다.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것이 미래라고 생각했다. 지금을 잘 살아내면 1년 뒤에 돌아보았을 때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살면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한 해가 지나갈 때마다 혼자 잘 해내는 것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지금을 치열하게 살아내니 조금 성장했고 지금, 이 순간을 잘 살아내니 미래가 조금씩 보였다. 우리가 미래를 어찌할 수는 없지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것 또한 지금이라는 것 또한 알게 되었다.
받아들이는 게 유난히 느리고 힘들었던 나는 마음가짐이 달라지면서 베이징을 아쉬움이 없을 만큼 열심히 돌아다니고 먹고 마시고 놀면서 베이징에서 생활하는 장기여행자가 되었다. 그렇게 지금 이 순간을 잘 살다 보니 그때부터 미래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나중에 베이징에 대한 이야기를 한번 써 내려가고 싶다든지 베이징에 처음 가는 사람들을 위해 가이드 같은 걸 해보고 싶다든지, 베이징에서 먹고 마시던 것들을 만들어보고 싶다든지 비로소 진짜 나다운 이야기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미래를 계획하면서 삶을 계속 걸어 나아가 야한 이유를 발견하게 되었다.
미래를 꿈꾼다는 것을 그런 것이다. 설계하고 목표를 향해 달리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미래는 오리무중 속에서 서서히 형체를 드러낸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 내일보다 나은 모레를 꿈꾸며 하루하루 전진하다 보면 존재는 빛이 나고 그 후광은 내가 꿈꾸던 희망으로 데리고 가준다. 그제야 알게 되었다. 내가 그렇게 좋아했던 希望희망이라는 단어의 뜻을. 희망이라는 단어는 바란다라는 뜻이 아니라 바라는 대로 갈 수 있게 해주는 용기를 말하는 것이었다.
지금 이 순간을 잘살면 희망이 생기고 그 용기로 미래를 계획을 하며 목표에 다가가려고 노력하게 된다. 고양이들이 모두 고양이별로 돌아가고 내가 살아가야 할 존재의 이유가 사라진 이후에도 계속 앞으로 걸어 나가야 하는 이유를 그렇게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