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 es mon espoir

happy birthday

by ami

To. 사랑하는 내 동생



얼마 전 엄마가 그러시더라. 네가 어릴 적 그림 그리던 나를 보더니 연필을 따라 쥐었다고.

조금 놀랐어. 오늘의 네가 그림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너무 잘 아니까. 그 사랑의 시발점이 나라고 하니까.


넌 모르겠지만 네가 콩알만 할 땐 네가 미웠어. 엄마 아빠는 나만의 것으로 생각했으니까.

못난 마음에 네 몽고반점을 몰래 꼬집어 울리기도 했어.

그러다 자기 전 창틀에 걸린 달이 나를 꾸짖으면, 다음 날 아침 괜히 자는 너를 쓰다듬곤 했지.

말간 얼굴도 잠든 네가 바보 같지만, 아주 조금은 미안했거든.


어느 날은 아빠가 사 오신 소꿉놀이 장난감에 넋을 뺏겼지.

칼, 도마, 그릇, 야채, 고기, 냄비… 온갖 어른스러운 것들이 잔뜩.

아니나 다를까, 바보 같은 너는 당근을 입에 집어넣더니 침을 덕지덕지 묻혀댔어.

나는 그냥 그게 보기 싫었을 뿐이야. 너랑 소꿉장난을 해보고 싶다기보단, 언니로서 가르침을 주고 싶었을 뿐.


- 그렇게 하는 거 아니야, 바보야. 이미 반으로 잘린 당근인데 찍찍이로 붙여져 있잖아.

- #@$%!

- 이 칼로 찍찍이 부분을 써는 거야. 이렇게.


당근에 묻은 침을 내복에 대충 닦고 시범을 보이는데 네가 막 웃는 거야. 너는 웃는 얼굴마저 바보 같았어.

바보같이 해맑아서 나도 모르게 따라 웃었지. 생각해 보면 말이야. 그게 널 향한 내 사랑의 시발점이었더라.

기억나? 파란색 아기 코끼리가 그려진 포대기. 등 위에 내 상반신보다 작은 너를 올리고 포대기로 돌돌 말아 업었는데. 내가 “어부바” 하면 네가 “어우아”하고 따라 했잖아. 너무도 미숙한 그 단어가 못 견디게 사랑스러웠어.


내가 초등학교를 졸업하려니 그제야 네가 입학을 했지. 1학년 짜리 어린애들에게 “내 동생 괴롭히면 다 죽는다”며 으름장을 놓은 게 지금 생각해 보면 좀 부끄럽긴 해. 나 중학교 때, 네가 유학 응원 선물이라며 주머니에 욱여넣은 초콜릿을 먹으며 얼마나 울었더라. 나 18살에, 죽도록 힘들었던 날이면 네가 보내준 이메일을 수십 번 읽었어. 그게 나를 살게 했어.


아주 많은 순간에 나보다 훨씬 어른스럽고 단단한 너는, 나를 제대로 살게 하는 사람이야.

이 글을 빌려 고백하자면, 늘 미안했다. 너무 많은 시간에 내가 곁에 있어주지 못했잖아. 너의 아픔을 나눠갖지 못하고, 너의 기쁨을 함께하지 못했잖아. 이토록 냉정한 세상이라 네가 더 이상 크지 않기를 바란 적도 있어. 영원히 철들지 않아도 되니까 그저 행복하기를, 마냥 바보 같기를. 내가 강해지고 싶은 이유 중 하나는 네가 사랑하는 모든 것을 지켜주고 싶어서야. 내 사랑이 종종 말보다 조용히 흘러서 너는 몰랐을 테지. 나는 이렇게 너를 사랑해 왔어.


언젠가 우리 그런 얘기를 나눴는데. 앞으로 어떤 사람으로 살아야 할지, 행복이란 무엇인지, 결국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꿈은 무엇인지. 너는 갸우뚱하더니 “사실 지금 알 필요는 없는 거 아닐까. 꿈이 뭐 별 거라고” 하더라. 지금 생각해 보니 네 말이 맞다. 나는 그때 꿈이라는 건 거창해야 한다고 생각했어. 무언가를 꿈으로 삼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 누구도 반대하지 못할 단 한 개의 성공이어야 한다고. 그래서 행복을 위하기보단 자랑할만한 꿈을 찾아 헤맸어. 그런데 어느 날 네가 그러는 거야. 언니는 언젠가 닮고 싶은 멋진 사람이라고. 그걸 절대로 잊지 말라고.


그래. 그거면 됐다.

나는 네게 늘 새로운 물감을 건네는 사람이 될 거야. 그림을 그리다 지치지 않게 밀크티를 사 올게.

나보다 한 마디 정도 작은 너의 손을 포개어 잡고, 너의 꿈이 있는 곳으로 마중 갈게.

네가 기댈 수 있고 기대고 싶은 언니로, 창피하고 속상한 얘기를 한 치 숨김없이 말할 수 있는 친구로, 그렇게 평생의 가족으로 살게.


그래. 그거면 됐다.

나는 그것을 꿈으로 삼을 테야.


'Tu es mon espoir'

너의 19번째 생일을 맞이하며 내 몸에 새겼듯, 너는 나의 희망, 또한 나의 꿈.

내가 행복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의심할 것 없는 나의 자랑.


사랑하는 내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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