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나의 영원한 집

by ami


To. 나의 영원한 집


이제는 결코 적다 할 수 없는 나이에도 종종 서툴고 방황하는 건 습관이라, 말이라도 자주 '걱정 마세요' 하고 싶은데 글에서 더 다정할 수 있는 나라서 편지를 적어요.


타지에서 홀로 생활하면서 재밌는 일도, 말 못 할 일이 참 많았네요. 또래 친구들에게 미움받고 학교 쉬는 시간엔 홀로 교실에 남아 공부를 하거나 선생님과 담소를 나눴죠. 주변 어른들은 그저 부모님 걱정 안 하시게 잘 지내봐라, 하는 조언을 건넸고 그 덕분인지 독립적인 아이로 컸네요.


언제나 뭐든 혼자서 잘하고, 그래서 자랑스러운 큰 딸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힘들다, 외롭다, 그만하고 싶다, 떠오르는 생각들을 눌러 담고 담다 보니 참는 것이 특기가 되고, 침묵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던 것 같아요. 나 자신이 하는 말이나 행동이 맞는 것인지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고, 거울을 보면 못난 사람만 보여서 울어버리곤 했던 게 기억이 나요.


좋은 대학교에 들어갔는데도 내 삶이 이 모양이라 죄송했어요. 내 미래에 투자한 시간과 돈을 모두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 같아서. 날 힘들게 한 사람들은 너무 잘 지내는데 나는 여전히 힘들어서 좌절도 했어요. 나는 나의 가치를 증명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 보면 바보 같죠. 당신이 바란 건 그런 게 아닌데. 그저 내가 행복하기만을 바라는 당신께 참 실례되는 마음가짐이었네요.


엄마, 나는 여전히 가끔 불안하고 초조하긴 한데, 대체로 많이 행복해요. 돌아보니 인생 참 이겨내기 쉽지 않은 시련들만 빼곡하구나 싶은데, 결국 또 이겨내더라고. 여전히 감성에 젖고, 가끔 짜증도 내고, 또 종종 무기력해 하지만 전보다 쉽게 감동을 받고, 자주 행복해하는 사람이 됐어요.


하기 어려운 말들이 있었어요. ‘안 돼요’, ‘싫어요’ 같은 말들이요. 이해하기 어려운 말도 있었어요. ‘사랑해’ 같은 말이요. 사랑이 뭘까, 사춘기 소녀같이 턱을 괴고 생각에 빠지곤 하거든요. 반드시 '사랑'이라고 말해야만 사랑일까, 하는 물음에 답을 찾기도 해요. 정말 죄송하지만 사실은요, 친구들이나 애인한테는 '사랑'이라는 단어 없이도 사랑을 말하는걸 참 잘해요. 그런데 당신께는 그 말 한 번이 왜 이리 어려운지... 왜 이리 벅찬지!


엄마, 엄마는 내가 어떻게 해서든지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은 사람이에요. 내가 언제든 돌아가고 싶은 나의 영원한 집이고, 어디에 있든 가장 먼저 그리워하는 나의 사랑이죠. 다시 태어나면 내가 엄마의 엄마가 되어 이 생의 엄마가 그랬듯 엄마를 품어주고 믿어주고 사랑할래요.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생신 축하드려요! 사랑해요!



- 2025년 8월 28일

엄마의 66번째 생신날, 큰 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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