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끈은 영영 풀리지 않았으면 해

by 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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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라는 단어가 퍽 잘 어울리는 나이.

뾰족하게 던져진 돌을 여러 번 사포질해 삼킬 수 있는 제법 단단한 사람.

넌 참 어른스럽구나, 참 단단하구나, 그런 말이 좋으니까.

침대 위에 이글루를 짓는다. 그것도 집이라고.

따뜻하려나, 아니 튼튼하지, 암암. 기가 죽은 감기는 내 앞에서 뻗대지 못하지.

제자리 걸음하는 나를 그토록 원망해. 성장 같은 건 버거워.

콩알처럼 작아진 나는 도르륵 도르륵 포장되지 않은 아스팔트 위를 맥없이 굴러다니다

진흙탕에 꿀럭 가라앉고. 아아 이대로 흙범벅이 되어버릴까.

아니 도약이란 늘 준비해야만 해. 발을 구르고 울음을 터뜨리며.

삶이란 모순이고 낮밤의 사람이 다르다. 어제는 사실 거짓말이었어.

행복에 집착하지 않음으로써 온전히 집착하는 중이야.

들키고 싶지 않지만 들켜지고 싶기도. 이해를 바라지 않지만 설득하고 싶기도.

내일은 책상 위 서랍 속에 숨을 테니 찾지 말아 줘...

정말 찾지 말라는 뜻은 아니었어!

적당히 말고 분에 넘치도록 소중해지고 싶다.

처절했던 밤을 꾸역꾸역 마시며 기어코 건너온 나의 삶이 대단하다고 인정해 줘.

못나고 짓이겨진 채여도 기꺼이 웃어 보일 테니 침 뱉지 마세요.

손 뻗는 곳에 따뜻한 담요와 앉을 곳을 놓아줘. 신발끈은 영영 풀리지 않았으면 해.

그러면 나 기어코 또 사랑하며 살 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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