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는 사랑할 것들이 많다. 나는 삶 대부분의 시간을 사랑에 부푼 채 살아왔다. 책을, 음악을, 음식을, 사람을. 모순적이게도 아픔과 원망, 방황과 고독은 사랑에서 비롯되었으나 반드시 사랑으로만 이겨내왔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너에게 다다랐다. 세상의 소음이 잦아들고 오래도록 흩뿌려졌던 마음의 편린들이 비로소 하나의 중력으로 모여들고. 무수히 많은 밤을 유영하던 시선은 닻을 내릴 심해를 찾았다. 지나온 모든 계절의 소란함은 이 문장을 끝맺기 위한 각주였으리라. 닳고 닳은 글 사이 선명히 숨 쉬는 단 하나를 고른다면 그것은 나의 생이 기어이 당도하고 싶어 했던 정박지이리라. 나의 우주는 가장 작은 점이 되어 너의 눈동자 속에 평온히 잠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