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투명한 예고

by ami



세탁기 속에서 엉켜버린 소매들처럼 우리의 마음도 예쁘게 널어 말릴 수 있다면 좋겠어 눅눅한 슬픔이 마를 때까지 나는 옥상 위에서 비행기구름의 꼬리를 세지 물기 어린 안경알 너머로 본 세상은 온통 번져 있어서 오히려 다행이야 아프도록 선명한 것들은 대체로 나를 작게 만드니까


나는 네가 지나갈 길목에 옅은 빛을 둘게 입술을 달싹여 소리가 되지 못한 고백이 날아가 네 책상 위에 얹힐까 영원 같은 건 믿지 않아도 좋아 다만 내일 아침 네가 눈을 떴을 때 창가에 놓인 화분의 잎사귀가 조금 더 초록색이라면 그건 우리의 새로운 시작을 말하는 기도가 너에게 닿았다는 아주 투명한 예고야


보물상자 속에 모아둔 진심은 나의 가장 다정한 비밀이지 나는 기꺼이 행복을 끌어안고 너와 잠들 테야 어느새 봄이 걸어오네 재채기 한 번에 흩어질 슬픔은 겨울 잎사귀와 함께 파스스 흩어지고 나는 너의 계절 근처를 서성여 말하지 않으면 터져버릴 것 같은 사랑이 있다고 기어코 믿게 되는 저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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