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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눈보 Sep 25. 2022

작가명에 대한 짧은 대화

작가명이 뭐 그리 중요할까 싶지만 그래도 바꾸고 싶다.

브런치를 처음 시작할 때 작가명을 적으라고 하기에 약 1분간의 고민 끝에 '초록 루피'라고 적었다. 작가명을 정할 때 마침 책상 여기저기 붙여놓은 루피(뽀로로에 나오는 분홍색 비버) 8마리와 눈이 마주쳤고, 식물을 좋아하니까 합쳐서 초록 루피면 적당하겠구나 싶었다. '초록 루피'라는 이름으로 글을 몇 개 올리다 보니 갑작스러운 변덕심에 문득 작가명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별명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남동생에게 '나 작가명 뭐로 바꾸면 좋을까?'하고 물었더니 '윤눈보'로 해.라는 심플한 답변이 왔다. '윤눈보'에서 '윤'은 나의 성씨이고 '눈보'는 어릴 적부터 어른들이 눈이 크다고 붙여주신 별명이다. '오, 이거 괜찮은데?'싶어서 남편과 함께 퇴근하는 길에 의견을 좀 물어봤다.


나: 자기, 나 작가명 윤눈보로 하면 어때?

남편: 응 좋네. 눈보가 눈이 크다는 뜻이지?

나: 응

남편: 근데 자기는 눈보단 입이 더 크잖아. 입보라고 하면 좀 웃긴가?(하하하)

나: 입보는 좀 그렇지 않아?

남편: 그런가? 그럼 입눈보는 어때?

나: 자기, 나 놀리는 거지.

남편: 아..! 한자로 목구보 어때? 근데 약간 중국 이름 같다! (하하하)

나: 그냥 윤눈보로 할게. 빨리 집에나 가자.


남편에게 놀림감만 쥐어준 채 씁쓸하게 대화가 마무리되었다. 대화에서 건질 건 '그냥 내 생각대로 하자' 하나였다. 아직 작가명 바꾼 지가 30일이 채 안된 관계로 바꿀 수 있는 시기가 오면 '윤눈보'로 다시 글을 써보려고 한다. 작가명을 바뀐다고 해서 글이 갑자기 잘 써질리는 만무하나 그래도 신선한 마음만은 재충천될 것 같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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