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마이너한 취향 하나쯤은 갖고 있잖아요
[영화감상] 하트스토퍼, 넷플릭스오리지널(2022.4.22일 개봉작)
난 마이너한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여자 친구들이 긴 머리를 고수할 때 혼자 숏컷을 하고 다니거나, 유행하는 아이돌 노래에 열광하기보단 인디음악에 심취하곤 한다. 마이너한 취향 탓인지 주류의 이야기보단 비주류의 이야기에 더 끌리고, 그런 주제를 다룬 문학작품이나 드라마, 노래, 영화를 찾아보는 걸 즐긴다.
이런 내 취향이 제대로 저격 당한 드라마 하트스토퍼. 성소수자의 모든 유형을 다 다루면서도 하이틴 특유의 풋풋한 정서를 잃지 않으며, 각 캐릭터가 정체성을 찾아가면서 성장해나가는 모습도 충실하게 보여준다.
이런 주제를 다룬 작품이 대중성을 잃지 않는 포인트는 캐릭터가 자신의 성 정체성을 깨달아가는 과정과 마침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해나가는 모습들을 보여주는 데 있어 보는 이의 공감대를 최대치로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냉담한 시선에 아파하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꺼내 보이기까지의 두려움과 싸우는 과정, 그리고 나 자체로 사랑받고 싶어 하는 솔직하고 연약한 마음들을 어떤 상황과 대사들로 연출할 것인가가 중요한 요소인 것 같다.
하트스토퍼는 일단 등장인물들이 대부분 사랑스럽다. 편당 30분 정도의 짧은 영상이지만 캐릭터들이 자신의 진짜 모습을 깨달아가는 순간들을 섬세하게 잘 표현하고 있어 인물들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다.
나의 최애 캐릭터는 닉인데, 찰리가 모든 상황을 본인 탓으로 돌리며 숨으려고 하자 용기 내서 다가가 너의 의견을 존중하지만 너가 허락한다면 옆에 있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을 알고, 또 그것들을 얻고 싶다고 해서 앞선 마음으로 상처 주지 않고 먼저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태도가 굉장히 멋졌다. 닉의 인생 2회차 같은 배려심과 절제력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런 영화를 보면 바깥에서 봤을 때 특이해 보이는 이들도 특별 할 것없는 한 인간임을 재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깨달음이 살아가면서 꽤 많은 도움을 주기도 한다.
자신의 존재가치는 타인이 결정할 수 없는 고유 영역이다. 다수에 속하지 않는 취향을 가졌다고 해서 소수의 취향을 가진 이들을 비난할 권리는 아무도 가지고 있지 않다. 누구나 소수자다. 소수자는 성에만 국한된 개념이 아니라 직업, 나이, 신체와 같이 누구나 살면서 범주에 한 번씩은 들어갈 수 있는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밀물과 썰물처럼 다수에 속하다가도 상황에 따라 밀려나올 수 있는 것처럼. 나와 달라 보이지만 결국 비슷한 걸 알고 나면 낯선 것들을 받아들이는 상황에서 사고가 좀 더 유연해지지 않을까.
누구나 밝히기 껄끄러운 마이너한 취향 하나쯤은 품고 사니까.
우리 모두 별다를 거 없는 한 사람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