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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눈보 Sep 04. 2022

발끝에 채는 행복에 관하여

[영화감상] 소울(2021. 1. 20일 개봉작)

어린 물고기가 어른 물고기에게 말했어. 
‘바다는 어디에 있나요?’
어른 물고기는 말했지. 
‘네가 있는 곳이 바다야.’
어린물고기는 이렇게 말해.
 ‘여긴 그냥 물이잖아요. 제가 원하는 건 바다라고요.’

영화 '소울'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가장 잘 나타난 대사는 바로 어린 물고기 이야기 같다.

어린 물고기는 바다에서 살면서도 지금 자신이 자유롭게 헤엄치고 있는 곳이 바로 '바다'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늘 마음속에 바다로 나가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고 현재 있는 곳을 그저 '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목적 없이 태어난다. 공부를 하기 위해, 돈을 벌기 위해, 엄마나 아빠가 되기 위해, 회사원이 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은 아무도 없다.


혹자는 행복하기 위해 산다라고 하고, 또는 사랑받기 위해 우리가 태어났다고 노래한다. 하지만 삶이란 행복보단 불행이 더 가까이 있다 느낄 때도 많으며, 때로는 나 자신조차 사랑하지 못해 방황하기도 한다. 그런 순간엔 '무엇을 위해'라는 말이 폭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목적 없이 태어난 존재들에게 '삶을 살아가는 목적이 무엇이냐, 무얼 하기 위해 사느냐'라고 자꾸 물어보기 때문에 스텝이 엉키듯 꼬이고 혼란스러운 게 아닐까.


우리들은 살면서 목표를 세운다. 하지만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몰두한 나머지 결과에만 집착하게 된다. 이루었다면 존가드너처럼 허망함이 밀려올 수도, 못 이루었다면 이루지 못한 현재에 좌절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반짝거릴 수 있는 이유는 목표를 세웠고, 그 꿈을 위해 달려가는 과정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 바로 지금, 이 순간을 누리고 즐기라고 여러번 강조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영혼 22가 존 가드너의 몸으로 살아가면서 마음에 일었던 불꽃은 맛있는 피자를 먹었을 때, 상쾌한 가을바람이 코끝을 스쳤을 때처럼 아주 사소한 계기로 채워졌다. 이렇듯 산다는 것에는 이유도, 목적도, 큰 힘도 필요하지 않다. 발끝에 채는 행복을 그저 느끼면 된다.


한 번씩 좌표를 잃고 헤메일 때, 삶이 지겨울 때, 우리가 행복에 가까운 삶을 살기 위한 방향이 어느쪽인지 가르켜주는 나침표 같은 영화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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