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있는 동안 한마디도 못할 수 있다는 생각에, 한껏 무거워진 발걸음으로 강의실에 들어갔다. 옆에 앉은 동기와 눈이 마주치자 심장이 쿵쾅거렸다.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주변에 있던 친구들과도 자연스럽게 말을 트게 되었다.
한참 이야기를 나누던 중, 드디어 그 질문이 나왔다.
"혹시 나이가....?"
올게 왔구나!
나의 나이를 들은 친구들의 반응은 똑같았다.
"허! 전혀 몰랐어요!! 진짜 그렇게 안 보이는데?"
허허, 그럴 리가 있나....
형식상 하는 말이란 것을 알았지만 막상 들으니 쑥스러웠다.
"마스크 쓰고 있어서 그런 거죠, 하하"
그렇게 나는 금방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었다.
사실 나의 '원래' 친구들에 비해 철이 덜 든 내 모습을 딱히 좋아하지 않았다. 어른스러워지고 싶다가도, 그냥 어른이 되기 싫어하는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철이 좀 덜 들었기 때문에 어린 친구들과 나름 잘 지내게 되었다고 생각하니, 나의 모습이 한없이 다행스러웠다.
물론 그 친구들의 말도 들어봐야 하지만, 그래도.. 잘 지낸 거... 맞는..ㄱ.... 거 같.. 은데.... 허허
항공경영과 답게 프로펠러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 다녀왔다.
[ 이 사건도 할 얘기가 많긴 하다. 간단히 풀어보자면 하이에어 프로펠러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 다녀오는 체험 활동을 했다. 하지만 기상 악화로 인해 비행기가 연착이 된 탓에 제주도에 도착한 지 30분 만에 김포공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야 했다. 그래서 우리는 급하게 제주 공항 앞에서 인증사진 찍고, 화장실에 들러 손을 씻고 다시 김포공항으로 왔다. 졸지에 손 씻으러 제주도에 다녀온 체험 활동이 되었다. ]
코로나 때문에 학교가 9시면 문을 닫아,
동기들과 집에서 줌을 켜놓고 밤새 시험공부를 하기도 했다.
[ 이 사건도 시험 전날, 카페에서 에그타르트 먹다가 일어난 일이다. 다음 날 있을 시험 이야기를 하다가 서로 이해한 방식이 달라서 엄청 당황했다. 둘 중에 하나는 큰일 났다 싶어서 급하게 집에 가서 줌을 켜놓고 서로 물어가며 밤새 공부를 하게 된 일이다. ]
보고서를 쓰는데 굳이 있어 보이는 인용을 하겠다고 영어 자료를 뽑아 내용을 이해하느냐 한참 고생을 하기도 하고,
도서관에서 동네 도서관에는 없는 전공과목책들도 잔뜩 빌려 보기도 했다.
수업 시간에 점심 메뉴를 고르느냐 교수님께 핀잔을 듣기도 했지만 벤치에 음식을 잔뜩 깔아놓고 한껏 먹기도 했고,
봄에는 벚꽃 나무 아래에서 온라인 수업은 틀어만 놓고 벚꽃 놀이도 하기도 하고,
가을에는 단풍이 물든 곳 아래 누워서 교수님 목소리는 그저 배경음악 삼아 단풍놀이도 했다.
비록 격주로 학교에 등교하긴 했지만 새로 사귄 친구들과 즐겁게 생활을 했다.
그러다가 나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휴학을 하게 되었다.
2학년 2학기
공무원 시험은 떨어졌다. 1점 차이로 떨어졌기에 (물론 면접에서 떨어지겠지만) 한동안 멘털이 부서져서 한동안 쉬었다. 그러다 남은 한 학기를 처리하기 위해 복학을 결심했다.
복학했을 때는 처음 입학을 했을 때보다 더 최악이었다.
나의 동기들은 졸업을 했고, 나의 옆에 앉아 있는친구들은 더 어려졌다.
이번에야말로 정말 혼자 학교 생활을 하겠다는 생각에 한숨이 나왔다.
하지만 놀랍게도 나는, 또 친구들을 사귀었다. 하하!
극 I이지만 용기 내서 다가가서 친구를 만들고야 만 것이다.
이 친구들과도 아주 스펙터클한 시간을 보냈다.
수업을 째고 술을 마시러 가기도 하고,
[ 닭갈비에 막걸리를 마셨다. 어린양들에게 막걸리라는 신세계를 열어주게 되어서 그런지 뿌듯했다. 물론 엄마가 순진한 얘들에게 물들이지 말라고 혼내셨지만. 우리는 막걸리 팸을 결성해, 아직도 가끔 만나서 막걸리를 마시러 간다.]
점심시간에 맛집 탐방을 다니기도 했다.
[친구의 신혼집이 우리 학교 근방이어서, 이때 발견한 맛집 리스트를 넘겨주었다. ]
마지막 학기는 내가 배워보지 않은 과목들로 가득 채웠다.
문과 출신인 나와는 대척점에 있는 프로그래밍 수업들을 수강했다. 이과 출신인 친구들이 나의 시간표를 보더니 걱정이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아휴, 용기 내서 항공과 진학한 거 한번 더 용기 내서 프로그래밍 수업 들어보지, 뭐.
처음 수업을 들었을 때 드롭을 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을 했다. 그래도 이왕 시작한 거 끝까지 해보겠다고 결심했다. 그렇게 프로그래밍의 'ㅍ'자도 모르던 내가 (물론 기본 단계이지만) 파이썬과 빅데이터를 다룰 수 있게 되었다. 프로그래밍 수업 3개 다 A+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