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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루아 Jul 10. 2020

새 학년이 시작되면 아들의 선생님을 만난다

발달장애 아들 키우기

새 학년이 시작되면 아들의 선생님을 만난다.     



새 학년이 시작되면 아들의 담임 선생님을 만난다. 중학교 3년을 내내 그래 왔고, 작년에도 그랬다. 그런데 이번엔 그러지 못했다. 코로나 때문에 말이다. 뭐 아이들이 몇 달을 학교에 가지도 못했으니... 말해 무엇하랴. 그러다 이제 다시 아이들이 학교를 가기 시작하고 난, 아들의 담임 선생님을 만나기로 했다.     


새 학년에 담임 선생님을 만나는 것은 그저 통과의례 같은 것이다. 내 아들은 발달장애가 있는 아이니, 미리 선생님에게 당부를 드리는 것이다. 선생님 혼자 30여 명의 아이들을 담당하려면 많이 힘들 것이다. 그런 와중에 내 아들에 대한 부탁까지 드리는 것은 크나큰 부담이라는 것은 나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난 해야 한다. 얼굴에 철판을 깔아야 한다면 그렇게라도 해야 한다. 엄마니까.          



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 때의 일이다. 그것도 새 학년의 첫날. 나는 다른 때와 다름없이 아들을 학교에 등교시켜주었다. 교실에 들여보내고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하교 시간에 맞춰 학교에 데리러 갔다. 그런데 아들이 없었다. 3학년 배정받은 교실에도 없었고, 특수학급에도 없었다. 온 학교 건물을 다 뒤져도 아들은 보이지 않았다. 우리 집은 발칵 뒤집어졌다.     


경찰에 신고를 했다. 경찰 두 분이 우리에게 왔다. 경찰 두 분과 우리 부부는 다시 학교로 향했다. 학교에 설치되어 있는 CCTV를 살펴보기도 했다. 대충 상황으로는 아들이 중간에 학교를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되었다. 문제는 아들이 중간에 사라진 것을 아무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본래 아들은 일반 교실과 특수학급을 왔다 갔다 하면서 수업을 병행했다. 하지만 새 학년이 시작되면 학교에서는 2주 정도를 특수학급 수업을 하지 않았다. 새 학년, 새 학급에 적응을 하라는 뜻으로 말이다. 즉, 아들은 새 학년이 시작되는 첫날에 3학년 교실에 하루 종일 있어야 했다. 그런데 아들이 교실에 없었다. 하지만 3학년 새 담임 선생님은 아들이 없는 것을 단순히 특수학급에 있을 거라는 반 아이들의 말만 듣고 넘어갔다고 했다.      


    

결국 아들은 찾았다. 내가 아들의 부재를 알아채고도 4시간가량 후에 찾았다. 아들은 다른 곳도 아닌 학교에서 없어졌다. 나에겐 그것이 가장 큰 트라우마가 되었다. 몇 년이 지났고, 이젠 아들에게 핸드폰도 있고, 학교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는 교육도 시켰지만 내겐 아직도 큰 트라우마다. 그래서 새 학년이 되어 반이 바뀌고 선생님이 바뀔 때마다 학교에 찾아간다.


나는 오늘도 선생님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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