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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루아 Jul 14. 2020

사회성이란 꼭 필요한가 2

발달장애 아들 키우기


작년의 일이다. 아들이 무언가를 하는데 내 눈에 작은 편지 봉투가 눈에 띄었다. 아들에게 있을 일이 없는 작고 예쁜 편지 봉투였다. 누가 줬나? 싶어 ‘이거 뭐야?’ 하고 물으면서 봉투를 집었다. 그리고는 편지를 열었다. 편지에는 정확히 이렇게 쓰여 있었다.     


OO아 사랑해 2교시 끝나고 쉬는 시간에 나와 너를 좋아하는 OO이가     


그리고 꽃 그림이 있었다. 뭔가 이상했다. 보낸 이름이 남자인 것도 이상했고, 아무튼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아마도 엄마의 촉이었나 보다. 이번엔 내가 극성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분명 뭔가 이상했다.   

       


나는 편지를 사진 찍었다. 그리고 일단 기다렸다. 그러다 담임 선생님과 통화를 하는 때를 기다려 교실에 OO라는 아이가 있냐고 물었다.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1학년에는 그런 아이가 있냐고 물었다. 나중에 알려주겠다고 했다. 선생님이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아들이 무슨 편지를 받았는데 좀 이상해서 그런다고 말했다. 혹시나, 했기 때문에 내용은 말하지 않았다.      


만일 정말 누군가 아들을 좋아하는 마음으로 쓴 편지라면 존중해주고 싶었기에 내용은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 촉은 어딘가 불안하다고 말하고 있어서 확인을 하고 싶었다.



며칠이 지났다. 1학년 전체를 다 뒤져도 OO이라는 학생은 없다는 말을 선생님이 하셨다. 그제야 난 편지 얘기를 정확하게 전했다. 아들이 이런 편지를 받았는데 이상하다고, 담임 선생님과 특수학급 선생님 두 분께 다 전했다. 두 분 모두 알아보고 말씀 주시겠다고 했다.     

     

또 며칠이 지났다. 아들 교실에 한 아이가 있다고 한다. 물론 이름도 다른 이름. 그 아이가 장난을 쳤다고 한다. 자기 말로는 장난이라고 했다고 한다. 다시는 안 하겠다고 했다는데 모르겠다. 나는 도대체 그 아이가 무슨 장난을 치려고 한 건지 모르겠다. 난 그 아이와 얘기를 하고 싶었지만, 특수학급 선생님이 자신이 알아듣게 얘기를 했다며 참으라고 하셨다.          




나는 꽤 폐쇄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일정의 사람만을 사귀고, 굳이 많은 사람을 사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람이 꼭 사회적일 필요는 없다고도 생각한다. 어쩌면 사회생활을 해보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다. 이 생각은 아이를 키우면서도 적용된다고 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 굳이 사회성을 발달시킬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내겐 어느 정도 자리하고 있다. 여러 아이들과 친해지려고 노력하느라 괴롭힘을 당하느니 차라리 혼자 놀고 말지,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아들에겐 사회성이 부족하다. 나는 그것을 알고 있다. 학교에 가도 아이들과 노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들에겐 혼자만의 세계가 구축되어 있는 편이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나는 그것을 알고 있고, 굳이 아이들과 친해지려 노력하느니 그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난 학교에서 아들의 반 아이들을 만나도 ‘우리 OO이랑 친하게 지내’라는 말은 절대 하지 않는다. 필요 없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껏 14년을 학부모로 살았다. 아, 아이들이 어린이집을 다닌 시기까지 치면 더 되었다. 하지만 그 시간을 살면서 한 번도 다른 엄마들과의 유대관계를 가진 적이 없었다. 굳이 그래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불편했던 적은 없었다.   

  

전달사항이야 선생님께 받으면 되는 것이고 굳이 다른 엄마들과의 유대관계가 필요한 적은 없었다. 모르겠다. 내 아들과 나는 특별 케이스였을 수도 있다. 무언가를 함에 있어 자주 빠져야 했을 수도 있으니까.     


그랬다 하더라도 나는 꼭 다른 사람들과의 유대관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완전하게 필요 없다고도 생각하지는 않는다. 필요하겠지. 적당한 관계는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그 외의 불필요한 관계는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필요하지도 않은 관계를 억지로 갖다 붙이며 필요한 관계인 것처럼, 필요한 사회성인 것처럼 말이다. 과연 옳은 것일까.     


굳이 꼭, 사회성이 필요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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