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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루아 Aug 11. 2020

어느 날에 갑자기 날 찾아왔던 그것 2

나의 일상, 나의 생각

어느 날에 갑자기 날 찾아왔던 그것 2   


       

(전편에 이어서) 약을 바꾸고 나니 그런 느낌들이 사라졌다. 새삼 기분이 괜찮아졌다. 마치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 시작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 망할 것이 내 마음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날 덮쳤다. 끔찍하게.   


       



내 핸드폰은 하루에도 알람을 여러 번 울린다. 아침에 날 한번 깨워주고, 또 아침에 약 먹는 것을 잊지 말라고 알려준다. 또 오후가 되면 아들을 데리러 학교에 갈 준비를 하라고 알려주고, 그다음엔 어서 학교를 향해 출발하라고 알려준다.      


오늘도 핸드폰은 내게 알람을 울려 주었다. 아들을 데리러 나가라는 알람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시작되었다          



기분이 이상해졌다. 뭔지 딱 집어 말하기 힘든 기분이었다. 그리고 어지럽기 시작했다. 머릿속이 붕- 뜬 듯, 움직이는 것에 따라 어지럽기 시작했다. 뭔가 이상함을 직감했다. 그래서 남편에게 어지럽다고, 이상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남편 역시 뭔가를 직감한 듯이 선뜻, ‘같이 나갈까’라는 말을 했다.    

 

현관문을 나서고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에도 머리는 붕- 뜬 것 같이 어지러움을 유발했다. 그래서 아무래도 아들 학교에 가기 전에 병원에 우선 들리기로 했다. 향한 곳은 이비인후과였다. 어지러운 것이 귀 쪽에서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선생님께 말을 하는 동안에도 계속 기분은 이상했고, 어지러웠다. 간단한 어지러움 검사를 시행했다. 하지만 달팽이관은 이상이 없다고 했다. 혹시 먹는 약의 부작용 같은 것은 아닌가,라고 선생님이 말했다.     

     

그렇게 이비인후과를 나왔고, 시간 관계상 아들의 학교로 향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그것이 날 덮치기 시작했다.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는 붕- 뜬 것처럼 어지럽고 움직일 때마다 기분이 이상했으며 숨 쉬는 것도 답답했다. 그리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 들기 시작하면서 손을 계속 쥐었다 폈다 하기 시작했다. 그냥 절로 나오는 행동이었다. 더구나 눈을 뜨고 있을 수가 없었다.     


펑펑 울고 싶었고, 머릿속이든 몸속이든 속 안에 든 것들을 모두 죄다 밖으로 쏟아내고 싶은 기분이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정말 미칠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나의 이상함을 눈치챈 남편이 왜 그러냐고, 어디가 어떻게 안 좋냐고 물었다.     


나는 겨우 ‘다-’라고 답했다. 몸에 통증이란 것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내 몸의 그 어디에도 괜찮은 곳은 없었다. 다시 말하지만 정말 미칠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나는 이비인후과를 가야 하는 것이 아니었다. 병원을 잘못 선택했던 것이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기분이 살짝 나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머릿속은 어지러웠고, 붕- 떠 있었으며 기분은 좋지 않았다. 숨 쉬는 것도 답답했다.   

  

결국 난, 아들이 차에 타는 것을 기다렸다가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 이번에 선택한 곳은 신경정신과, 정신의학과였다. 원래 방문해야 하는 날보다 이틀이나 빠른 날이었다.  


        

병원에 도착해서도 난 괜찮지 않았다. 선생님께 있었던 일을 말하고 난 뒤에도 기분은 나아지지 않았다. 아니, 그 미칠 것 같았던 것이 다시 시작할 것 같은 기분까지 들었다. 결국 더 세게 처방된 약을 먹고 병원 수액실에 누워 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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