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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미 씨 Aug 13. 2016

마드리드의 첫 아침

2016. MADRID, SPAIN

13시간의 뻐근한 비행시간 끝에 마드리드 라티나역 근처의 숙소에 도착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좁은 방이었지만,

스페인 억양이 강한 영어로 친절하게 안내해주는 직원 때문에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비행기에서 거의 잠을 자지 못한터라 겨우 근처에서 저녁을 해치우고 기절하듯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날 아침 느즈막히 일어나니 M은 배가 고프다고 성화였다.

시차에 영향 없었던 나와는 달리 그는 새벽에 깬 모양으로 그 동안 내가 일어나기만을 기다렸다는 것이다. 대충 옷을 걸쳐입고 나서니 스페인의 쨍한 여름 햇살이 반겨주었다. 푸른 가로수가 늘어선  길의 내리막을 따라 걷다보니 테이블이 밖으로 어지러히 나와있는 까페가 보였다.


이 애매한 시간에 사람은 얼마나 많은지 빈 테이블을 찾기가 어려울 지경이었다.

우리는 식사를 해야했기 때문에 남들이 뭘 먹는지 곁눈질을 해보았다.

내가 보기에 식사는 두가지로 나뉘었는데, 하나는 튀긴 빵인 츄러스, 하나는 소스를 부어먹는 토스트였다. 일어나자마자 츄러스를 먹는 건 도저히 무리일듯하여 토스트를 먹기로 했다.

그 토스트의 스페인 이름을 몰라서 겨우 영어로 설명했더니 웨이터가 그게 빤 꼰 또마떼Pan con Tomate(토마토와 함께 먹는 빵) 라고 알려주었다. 거기에 어제 비행기에서 급하게 외워둔 스페인어로 까페 쏠로Cafe Solo(에스프레소), 까페 꼰 레체Cafe con Leche(까페오레)를 시켰다.


파란 테두리가 있는 하얀 접시에 나온 길고 바삭한 토스트 위에 진한 향이 나는 올리브유를 뿌리고 신선한 토마토 간 것을 올린다. 이 간단한 조합이 이렇게나 맛있을 줄이야. 까페 레체는 에스프레소가 담긴 긴 잔을 가져와 그 자리에서 우유를 부어주는데, 식사와 같이 하기 딱 적당한 양이지만 그 맛에 감탄하여 우리는 각자 한 잔씩을 더 시켰다.


나중에 알고보니 하루에 다섯번 식사를 하는 문화가 있는 스페인 사람들에게는 우리가 애매한 시간이라고 생각했던 그 시간이 제대로 된 점심을 먹기 전 가볍게 먹는 식사시간이었다. 적당히 붐비는 길가의 까페에서 맞은편 파란 하늘과 스페인 집을 바라보며 하는 식사. 벌써 나는 스페인에 마음을 뺏겨버렸다.




하드커버 양장본

식도락가 아미씨의 일러스트 기록 

<EAT, DRINK, SPAIN!> 출간


http://aladin.kr/p/5os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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