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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미 씨 Aug 14. 2016

지친 나그네에게 필요한 것은 시원한 맥주

2016. MADRID, SPAIN 

피카소의 대작 게르니카가 있는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에 다녀왔다. 

이 미술관은 여러번의 개조를 거치면서 복잡한 형태를 띄게 된데다가, 중정이 있는 복도식 건물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에게는 거의 미로와 같은 느낌을 주었다. 미술관 내부지도를 들고도 위치를 파악하기 힘들어 이리저리 돌다가 특별전시까지 다 구경하고 나서야 드디어 게르니카를 만날 수 있었는데, 미술관을 나왔을 때는 이미 다리에 감각이 없을 정도였다. 


다시 숙소로 돌아가는 길, 발은 발대로 아프고 태양은 뜨거워서 더 이상은 못 걷겠다 생각했을 때 눈 앞에 줄줄이 늘어선 맥주집들이 보였다. 바 앞에는 작은 철제 테이블이 서너개씩 놓여있었고 사람들이 거기 둘셋씩 앉아 수다를 떨고 있었다. 우리도 만만한 데를 골라 앉고 서둘러 주문을 했다. 평소에는 캔맥주 하나도 다 마시지 못할 정도로 맥주를 잘 못 마시는데, 이 날은 뜨거운 햇빛에 바짝바짝 말라가던터라 큰 생맥주 두 개를 시켰다. 시원한 맥주를 꿀꺽꿀꺽 넘기면서 급한 갈증을 해소하고 나니 그제서야 좀 느긋해져서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바 주인이 조그만 그릇에 올리브를 가득 담아온다. 평소에 보던 올리브와 달리 아주 싱싱한 초록색이었는데 예상과 달리 짜지도 않고 입안에 부드러운 올리브 기름과 과육이 느껴진다. 주변 테이블 역시 모두 맥주와 올리브를 먹고 있다. 재떨이로 추정되는 은빛 그릇에 올리브 씨를 뱉어가며. 


옆 테이블의 갈색 곱슬머리들이 햇빛에 반짝거리고 웃음소리가 섞인 대화가 들려온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 같은 한낮의 맥주 브레이크. 지친 나그네에게 필요한 것은 역시 시원한 맥주다. 




하드커버 양장본

식도락가 아미씨의 일러스트 기록 

<EAT, DRINK, SPAIN!> 출간 


http://aladin.kr/p/5os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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