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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미 씨 Dec 28. 2016

메송 참피의 할아버지들

번외. 내가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

마드리드 파트에서 이야기 했듯 

메손 델 참피논은 마드리드에 있는 버섯 타파스가 유명한 동굴 모양의 작은 주점이다.

당시 스페인까지 와서 하몬 좀 먹어봐야되지 않겠냐며 하몬과, 

추천 메뉴인 버섯 타파스랑 고추 튀김을 시켰었다.

일단 이 음식들은 다 처음 보는 음식인데다 

정말 스페인스럽기도 해서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는데

맛보는 순간 그 기대 이상의 만족을 심어주었다. 


맛은 있지만 꽤 짠 편이었던 스페인 음식에 살짝 지쳐있던 그 때 만난

혀에 요란했던 짠맛없이 부드럽게 감기면서도 섬세한 맛. 

이 후 이 음식점은 우리의 여행 전체 중 탑 5안에 랭크되었다. 


인 아웃이 모두 마드리드인 관계로 한국행 비행기를 타기 전 날엔

다시 마드리드로 돌아와있었는데, 

여행의 마지막 저녁으로 우리는 이견없이 이 음식점을 꼽았다. 

이 날 이 주점에서는 한달 전과 마찬가지로 

역시 즐거운 피아노 연주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와인과 맥주를 마시며 한껏 업된 사람들은 

노래를 따라부르며 들썩들썩 몸을 흔들기도 했다. 

어느 한 순간은 이 작은 동굴이 모두 큰 음악대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와인을 반병 정도 마신 나는 용기가 생겨 

여행 중 이 가게의 메뉴로 그려놓았던 일러스트를 

(믿거나말거나 이 집의 주인이라는 썰이 있는) 할아버지 웨이터에게 보여드렸다. 

그 분은 초 시크하게 니가 그린거니? 하고 사라지셨는데, 

잠시 후 카메라를 갖고 오셔서 내 일러스트를 찍어가시더니 

'meson del champinon, madrid'라고 쓰여진 작은 도자기를 주셨다.   

이게 뭔가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너한테 주는 선물이라고 

그림 그릴 때 물병으로 쓰라고 하시는게 아닌가!


뭘 바라고 보여드린게 아니라서 그냥 좋아만 하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더 반응이 좋아서 부끄럽게도 나는 조금 들뜨고 말았다. 

흥겨운 식사가 끝나고 마지막 인사를 하고 나가는 길. 

나는 피아노 연주하시는 할아버지와 한 컷, 

그리고 바 안으로 기어들어가 웨이터 할아버지와 한 컷, 사진을 남겼다. 

여행의 마무리가 이렇게 훈훈할 수 있다니.


아 스페인-


따뜻한 작은 주점의 음식과 술, 그리고 음악과 사람들.  

마드리드의 마지막 밤은 앞으로도 쉽게 잊지 못할 것 같다.





하드커버 양장본

식도락가 아미씨의 일러스트 기록 

<EAT, DRINK, SPAIN!> 출간


http://aladin.kr/p/5os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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